살아남은 여름 1854 - 런던을 집어삼킨 죽음의 그림자, 살아남을 시간은 단 나흘 튼튼한 나무 13
데보라 홉킨슨 지음,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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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살아남은 여름 1854>는 1854년 브로드 길 주변에서 일어났던,

런던 콜레라 사태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로,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져 있다.




책의 앞쪽에 소개되는 등장인물,

존 스노 박사,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 윌리엄 파르 박사는 실존인물이다.


존 스노 박사는 마취분야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물과 콜레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노력한다.

화이트헤드 목사는  존 스노 박사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하여 존 스노 박사의 논설문을 발간하였다.

파르 박사는 호적 등기소에서 통계수집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즉, 이 책 "살아남은~"은  마취, 콜레라, 통계 등의 실제 사건과 인물

그리고 허구의 인물들(뱀장어, 도끼눈 등등)이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맨 뒤쪽의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는 우연히 "죽음의 지도"라는 책을 읽은 후
런던 콜레라 사태, 브로드 길 펌프, 존 스노 박사 등에 관심을 가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의 지도'라는 책을 읽은 저자(데보라 홉킨슨)는

 존 스노 박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브로드 길을 직접 찾아가보기도 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책 <살아남은 여름 1854>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존 스노 박사는 공중보건, 마취라는 두 가지 분야의 선구자라고 한다.
에테르, 콜로로포름 등과 같은 기체를 이용한 마취를 통해,

환자가 고통을 적게 느끼도록  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인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콜레라가 독기(나쁜 공기)때문에 발생하고,

독기로 인해 확산된다고 굳게 믿고(신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콜레라가 공기와 상관있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마시는 물과 상관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존 스노 박사의 주장(이론)이 박사의 사후에 온전히 받아들여졌다는

 서문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의 주인공은  존 스노 박사, 화이트헤드 목사, 파르 박사이지만,
이 소설 "살아남은~"에서의 주인공은  '뱀장어'라는 별명을 가진 13살 소년이다.



뱀장어는 '넝마주이'라고 불리우는 런던 강변가의 빈민층인데,

  더러운 런던 강속을 뒤적거려 나오는 것들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엄지 잘린 제이크'아저씨의 소개로 맥주공장에 취직하게 된 뱀장어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일손을 도와 푼돈을 열심히 모으는 부지런한 소년이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뱀장어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고 있다.

뱀장어는 본인이 어려운 상황이고 힘이 든데도 불구하고, 

더러운 강물속에 빠진 새끼 고양이를 구해주기도 하고,

아버지가 아파서 풀이 죽은 그릭스씨의  두 아이들 버니와 뱃시에게

싱싱주스를 사주기도 한다.

도끼눈 빌 타일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뱀장어는

 불안감에 떨게 된다.

도대체 뱀장어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는 책의 중후반 즈음에 나온다.

맥주공장에서 일하게 된 뱀장어는 큰 희망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앞으로 어른이 되면, 넝마주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뱀장어는 맥주공장에서 아주 성실히 일을 하지만, 

맥주공장 사장의 조카인 '귀요미'는 그런 뱀장어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운다.

뱀장어가 누명을 벗어보려하지만,

 때마침 콜레라의 발병으로 사건은 또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뱀장어가 유일한 친구인 플로리에게 

'귀요미'가 씌운 도둑질 누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는데,

플로리의 말이 참 슬펐다.
(p.54) 플로리 : "그래 봬도 걔가 사장님 조카라고.  

          (중략)   내 말은, 우리 같은 천한 것들은 몸 사리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야."
그 당시에는 12살 여자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 일상적인가보다.
(p.25) 플로리 : "(중략) 이제 내 밥값은 해야지"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점에 대한 뱀장어의 표현이 무척 구체적이다.
(p.28)" 화덕 속 같은 메마른 더위가 아니었다. 태양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뜨겁고 역겨운 입김을 토해 내는 것처럼 끈끈하고 축축한 무더위였다."
우와~  이 구절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200% 동감했다.

런던의 무더위는 우리나라의 무더위와 마찬가지로 고온다습한 모양이다.

'끈끈하고 축축한 무더위'라니,

정말 지금의 날씨에 딱~!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뱀장어가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을 처음 본 후에,

뱀장어는  '왜 콜레라를 푸른 죽음이라고 부르는지를 깨닫게'된다. 

이런 깨달음을 13살의 어린 소년이 알게 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장어는 고인의 가족에게 자기나름의 최선의 위로를 한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도끼눈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된,

또한  도둑누명때문에 맥주공장으로도 갈 수 없는 뱀장어는

잘 곳이 마땅치 않다.
'엄지 잘린 제이크'아저씨를 생각해보았지만, 

뱀장어는 "아저씨가 날 보고 도끼눈한테 팔아넘기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제이크 아저씨를 피하게 된다.
아주 힘든 상황 있는 사람들이 아주 적은 돈, 혹은 큰 돈 때문에 신의를 저버리는 경우를, 뱀장어는 무척이나 많이 보았나보다.



그래도 곳곳에 '어른스러운 어른들'이 있다.
화이트헤드 목사님이 그러하다.
(p.126) 화이트헤드 목사 : "동상은 아무나 못 만들지만 우리도 남길 수 있는게 있지. 우리가 행한 일들, 우리가 베푼 선행은 우리 생애가 끝나도 이 땅에 영원히 남을 거다. 틀림없이."



오래 남길 수 있는 것을 원했던 플로리는,

뱀장어를 도와주며, 

자신의 그림그리는 솜씨를 백분발휘하여 근사한 것을 남기게 된다.



존 스노 박사의 말처럼  사람들은

"어떤 얘기를 수백년 동안 계속 들으면 쉽사리 생각을 못 바꾸"기 때문에

  독기이론(콜레라는 나쁜 공기때문이다)의 틀을 깨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찾기도 힘이 들었을 지 모른다.
뱀장어와 플로리는 10대초반의 어린 소년,소녀이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존 스노 박사와 함께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지하 똥통에 버린 물이  지하수의 물과  섞이면서

그렇게 수많은 사상자를 냈었던  브로드 길 사태.
1854년 9월8일 브로드 길 펌프를 철거함으로써 콜레라의 확산을 막았고,
그 후 일년이 지난후 주민들의 청원으로 (보수를 한)브로드 길 펌프 사용을 재개했다.



616명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죽었던 브로드 길 사태, 1854년 런던 콜레라 사태를 배경으로 한 <살아남은 여름 1854>를 보고 난후, 난 소름이 끼쳤다.



현재 나는 아파트에 거주중이다.
아파트의 구조상, 아파트 지하에 똥통(?)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조통(식수통)이 옥상에  그리고 지하에 있다고 한다.
제발, 아파트 지하에 있는 똥통과 식수통이 안전하기를 (누수되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p. 40 : 어디 갈 때는 항상 출발 전에 머릿속에서 지도부터 그려 봐요. 그러면 보통은 안 헤매고 곧장 갔다 곧장 올 수 있어요.

p. 87 : 가장 끔찍한 건 검푸른 입술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콜레라를 `푸른 죽음`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p.33 : 나도 언젠가 제대로 된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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