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딴생각 - 아무 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되는 생각
정철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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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다. 이야기 중 일부는 아이에게 들려주었는데, 어떤 이야기에서는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었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책의 서문에 "연결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상 '딴생각'이라 함은 (가)라는 생각에서 (나)라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뜬금없이 (바)로 가기도 하는 것이 '딴생각'이다. 
저자 정철은 '딴생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종의 '언어유희'를 하고 있는데, 꽤나 유쾌하고 해학과 웃음을 주는 것도 있고, 조금은 황당하면서 허무한 것들도 있다.


이 책 속의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바로 '패배와 승리'에 대한 부분이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자만하던 토끼가 졌고 거북이 이겼다.
진 토끼는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다 '눈이 빨개지고 귀가 길어'졌다.  이긴 거북은 '승리 후유증'에 자신만만하다 부작용으로  목과 팔다리가 거북 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책에는 '잘 지는 법'과 '잘 이기는 법'을 말한다.  '고작 1패 / 어쩌다 1승'이라는 잘 지는 법과 잘 이기는 법. 
흔한 이야기 '토끼와 거북의 경주'에서 승리와 패배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으며,  '잘 지는 법, 잘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연결한다"라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가 구성되기에, 목차 역시 상당히 독특했다.  '꼬리 1'에서 '꼬리 12'까지 구성되는데,  (여기서 꼬리는 하나의 주제 혹은 카테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나의 꼬리 안에 있는 소제목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목차'의 구성만으로 상상할 수 있다. ( 바로 'ㅡ'라는 기호로 서로를 물리적으로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


이야기의 시작은 '늦가을 풍경, 떨어지는 낙엽'에서 시작한다.  이 하나의 낙엽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연결한 또 다른 개체에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꼬리 1' 파트 전반적으로 낙엽이라는 이미지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 - 낙하 - 안개 - 비 - 눈 - 구름....   전혀 상관없는 듯싶은 것들이 이렇게 '연결되며'  각각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딴생각'이라는 주제로 쓰인 책이니만큼, 마치  '혼잣말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책의 곳곳에 독특한 컬러풀한 그림들이 있는데, 무척 마음에 든다. (흑백의 그림, 선으로 된 스케, 사진 등도 있다. )

짧은 이야기들인데도, 앞 단어와 뒤쪽의 단어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책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책의 앞부분부터 차례대로 읽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 물론 마음 가는 페이지를 보아도 되겠지만, '연결하다'라는 서문을 생각한다면 역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 

짧은 글들, 짧은 이야기들 중에 꽤나 근사하고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많아서, 해당 페이지를 노트에 메모해두고 아이에게 들려주기까지 했을 정도이다. ( 아이는 '태양의 후회'라는 이야기를 가장 배꼽 잡으며 들었다. )


'태양, 시도하다, 해' /  '연기가 연기하다 어른이 되다' / 등에서는 언어유희를 느낄 수 있었으며,  '새를 피하기 위한 벌레'이야기의 결말에서는 허무함을 느꼈다.  왜 그런 허무한 결론을 내렸는지,   저자의 생각이 심히 궁금해진다.

'화장지와 도마뱀'의 공통점은 정말 기발했으며, 아이 역시 깔깔대며 좋아했다.


유쾌 발랄한 이야기들, 해학과 유머가 있는  이야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 가끔은 '어라??' 하며 황당하게 하는 글 등 다양한 글들이 있다. 


언어유희를 하고 있으며, 단어를 하나씩 분해하기도 한다. 
글 장난? 말장난?  하지만 마냥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아쉽다.
잡념과 딴생각의 '몰랐던 매력,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꼬리 1'에서 '꼬리 12'까지 따라가며, 저자의 '딴생각'을 들어본다. 그리고 나만의 '딴생각과 잡념'에 풍덩 빠져본다.

 


ㅡ 종이컵, 고맙습니다.
머그컵이 종이컵에게 말했어.
넌 1회용. 나는 깨지지만 않으면 100년.

종이컵이 머그컵에게 말했어.
너 광장에 나간 적 있니? 촛불을 껴안은 적 있니?
( 32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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