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원론 - 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의 코드 대우휴먼사이언스 20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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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 "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의 코드"가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그 자체였다.

제목에는 '스토리텔링 원론'으로 되어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옛이야기, 원본 이야기, 진짜 이야기"에 굉장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원본, 진짜, 옛"이라는 부분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서,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원본, 진짜, 옛" 이야기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우리가 옛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재창조'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하튼 저자 신동흔은 "이야기, 원본 이야기 그 자체"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책의 초중반부에 '화소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나에게는 낯선 단어였는데, 책 속의 설명을 듣고도 조금 모호하다. 책에서는 '모티프 motif' 와 '모티브 motive '에 대해서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꽤나 좋은 것 같다.


ㅡ 위 진술의 '마법사'와 '무인도', '재생'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요소를 화소라고 한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모티프 motif' 다. 행동 동기를 뜻하는 모티브 motive 와 달리 서사의 구성요소를 일컫는 말이다. 화소는 특이하고 인상적인 내용으로 돼 있어서 쉽게 파괴되지 않고 용이하게 기억되며 독립적 생명력을 지닌다.   ( 119쪽 )

화소 : 모티프 motif : 서사의 구성요소
ㅡ 행동 동기 : 모티브 motive



이 책의 부제에 "옛이야기"가 들어간 만큼, 책의 곳곳에 옛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옛이야기, 설화, 민담 등이 등장하는데 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내가 본 이야기 중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참기름 강아지'였다.   참기름만 먹고 자란 강아지를 이용하여, 호랑이를 줄줄이 잡은 이야기를 보며, 옛이야기의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설화, 이야기의 구조, 화소 등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집 센 아이'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신도 포기한 고집 센 아이', 누구도 바로잡을 수 없는 고집 센 아이에게는 무덤만이 답이었고, '신도 포기했을 정도'이기에 엄마조차 그 아이에게 무덤 속에 있으라고 한다.

'고집 센 아이' 이야기와 대비되는 것으로 '아기장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고집 센 아이가 '진정으로 신도 포기한 아이'인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아기장수의 경우,  '신의 인정을 받은 아이일지, 신의 부정을 받은 아이일지' 그 부모가 어찌 안다는 말인가??


신이 직접, 부모에게, '나는 이 고집 센 아이를 포기했다'라고 말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의 뜻'을 어떻게 인간이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지??


저자는 '고집 센 아이' 이야기를 하며 '적폐 청산과 사회 공동선'에 대해 말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히틀러가 연상되었다.  '고집 센 아이'가 히틀러 일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신이 직접, '그 고집 센 아이는 히틀러다'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소돔과 고모라에 등장하는 '롯'의 이야기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 '롯'은 '귀한 손님'을 구하기 위해 '두 딸'을 마을 사람들에게 '내어 준다'.  마을 사람들이 '두 딸'을 겁탈하든 강간하든 죽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대에는 자녀가 부모의 부속품으로 여겨졌겠지만,  '두 딸'의 경우 결혼을 했다. 남편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두 딸의 남편은 벌써 마을 사람들 속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롯'은 '귀한 손님' 대신 '두 딸'을 마을 사람들에게 내어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계속 '귀한 손님'을 원했기에 두 딸이 고초를 겪지 않았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두 딸이 어떤 불행을 겪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사람들은 죽었고, 롯과 두 딸만이 그곳을 벗어났다. 결과가 좋다면 그 과정( 아버지가 두 딸을 포기한 것)은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다른 이야기들도 많을 텐데, 왜 굳이 롯과 두 딸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무기와 용'에 관한 이야기는 사투리(?)를 그대로 적어두어서,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느라 한참이 걸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무기'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큰 뱀에 지나지 않았다. 한 아이가 '용'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것은 큰 뱀이 아니라 진정한 용이 되어 승천한다.
이춘수의 시 '꽃'이 연상되는 이야기였다.


콩쥐팥쥐 이야기의 '원형'도 꽤나 으스스하다. 소가 콩쥐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ㅡ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꽤나 난감한 단어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다. 콩쥐팥쥐의 원형을 한번 읽고 싶다.)



저자는, "옛이야기 원형 그 자체"를 아이들에게도 들려주자고 말한다.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 편집한 전래동화가 아니라 "원전 설화/ 원래 설화" 그 자체를 들려주자는 것이다.

글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굳이 5~8살 아이들에게  '강간, 살해, 밑구멍'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 않다.  그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란 후에, 10대 중반이 되어서 '원전 설화'를 접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원전 설화가 잔혹하면 할수록, 더더욱 접하게 될 시기는 늦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옛이야기 그 자체, 원본"을 너무나 중시하기 때문에, 그것을 편집하거나 줄이거나 재창조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부정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저자가 "원래 이야기 최고, 원형적 서사가 제일 좋아"라는 것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껄끄러웠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수 없는 현대에, 과거의 옛이야기를 재창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ㅡ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 <묘진전> 등의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는데, 나는 예전에   으스스 한 <묘진전>을 꽤나 흥미진진하게 보았었다.
저자는 <묘진전>을 상당히 칭찬하면서도 여전히 '원전 최고, 원형 이야기 최고' 찬양을 그치지 않는다. 저자의 이러한 태도는 여러 부분에서 등장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하다.


이야기의 구조와 '원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며, 다양한 옛이야기/ 민담 / 설화 등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영화 <신화 함께>, <아바타>, 디즈니 영화 등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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