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질이, 마치 학교 앞 제본소에 맡겨서 복사해서 제본한 책 같네요. 인쇄 문제가 아니라 책 자체를 그렇게 만든 것 같거든요. 책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필름 인쇄 방식이라면, 필름 자체가 꽝인 겁니다. 마치 원본 악보를 스캔해서 대충 만든 것 같다고나 할까. 악보, 부호가 뭉뚱하고 찌그러지고 그렇습니다. 일본어 번역투에 20년 전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우리나라 바이올린 교본 시장이 이 정도로 좁은 걸까요? 이 정도 교본밖에 기대할 수 없는 걸까요? 세광에서 나온 거, 지금까지 본 바이올린 교본 중에선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만 깔끔하게 만들었군요. 이런 책을 만나면, 사야 할지 아니면 pdf 파일 인쇄해 쓸지 살짝 고민됩니다. (추가) 이 책 맨 앞에 C major and A minor를 마장조와 가단조라고 잘못 써놨습니다. 마장조가 아니라 다장조죠.
재미있는 어쩌구란 과학책치고 재밌는 거 없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어쩌구 하는 책치고 쉬운 거 없던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착하긴 착합니다. 왜 착하냐? 요리하기 위해 오븐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 빵, 과자를 만드는 데 오븐은 필수라고 하지만, 사놓고 안 쓰면 바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오븐. 갈등이죠. 만들고 싶긴 한데 살 것이냐 말 것이냐.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갈등을 싹 날려주죠. 오븐 없이 전기밥통이랑 가스불 위에서 쓰는 후라이팬 가지고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진 짜 루!!! 따라서 해 보다가 재미가 붙고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가서 오븐을 사도 좋지 않을까요? 오븐 없이 빵, 케이크,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정말 점수를 듬뿍 주고 싶습니다. 책 앞부분에 지루한 부분은 이 책의 흠입니다. 무슨 교과서처럼 글씨가 가득한 게 몇 쪽씩이나 되다니, 요리책에 그런 식으로 글만 잔뜩인 건 아주 싫더라구요. 게다가 꼭 그런 식으로 설명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요리책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구요. 실용서는 지은이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이 많이 담기지 않고 간단한 게 좋거든요. 아, 블로그에서 큰 사진만 보다가 책에서 작은 사진으로 보니까 무척 답답하네요.
달걀말이 할 줄 아세요? 콩나물국은 끓일 줄 아세요? 만약 아니라면 이 책은 맞지 않습니다. 요리마다 완성 사진 빼고 3~4장의 사진만 가지고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요리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따라하기 힘듭니다. 요리 좀 해 본 사람은, 야채 볶으라면 그게 어떤 건지 알지만 초보는 아니거든요. 이 책에선 그런 것까진 일일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설명이 정말 간단합니다. 그럼 이 책은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 요리는 좀 하지만, 도대체 오늘 저녁에 뭘 해 먹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달걀말이는 할 줄 알지만, 달걀말이에 파, 당근, 호박, 김 등을 넣으면 더 맛있다는 건 몰랐다. 이런 분께 좋겠네요. 이 책의 장점은 요리 가짓수가 많다는 거거든요. 같은 요리에 몇 가지 변화를 준 것도 있구요. 그래서 뭘 해 먹을까 찾아보는 용도로 좋을 것 같습니다. 오븐 요리가 많다는 거, 생각보다 책이 크고 무거운 건 좀 흠이네요. 시중에서 파는 장류 같은 걸 많이 쓴다는 건 읽는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소비와 반제품 요리를 즐기는 사람에겐 좋겠지만······ 전 별로. 샛노랑 책표지는 좋군요.
고기를 쓰지 않으면서 고기맛, 고기느낌이 나는 요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겠거니 했는데, 아니네요. 아랫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고기 들어갈 곳에 콩고기를 넣고, 햄 들어갈 곳에 콩햄을 넣고, 소시지 들어갈 곳에 콩소시지를 넣어라. 책 앞부분에 콩고기, 콩햄 등에 대해 소개하지만 겨우 3~4쪽밖에 안 되구요, 그것도 직접 만드는 건 1쪽인가밖에 안 됩니다. 사 쓰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거 사다가 음식 만들 때 넣으면 되는 겁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책에서 보여주는 요리 자체가 이쁜진 몰라도 딱히 이 요리책만의 특징이나 장점은 찾기 힘드네요. 콩고기, 콩햄, 콩소시지, 이런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게 이 책에서 얻은 점이라고나 할까요.
바이올린 이중주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선 불가능. 조카에게 얘기했더니 순순히 하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쉬운 바이올린 이중주곡 악보를 구하고 파트를 정한 뒤 연습에 들어갔다. 사실 성탄절 전에 연습은 딱 하루 했다. 조카도 별로······. 성탄절에 만나서 한 시간 정도 연습한 게 다라고나 할까. 둘이서 박자 맞추는 게 의외로 까다로왔다. 하지만 연습하니까 되긴 되더라구. 연주곡 목록 호연 독주 1. 화이트 크리스마스 2. 실버벨 나 독주 1. 스즈키 1권, 독일 민요 「크리스마스 노래」 2. 캐롤 한곡 (기억이 안 남) 호연, 나 이중주 1. 호만, 물고기 비늘 (삼호뮤직 2008년 9월) 2. 소나무 (삼호뮤직 2009년 2월) 3. 흥겨운 대장간 (삼호뮤직 2009년 11월호) 4.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삼호뮤직 2009년 12월호) 바이올린 이중주와 명휘 독창 1.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조카가 악보를 보곤 제1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제2바이올린을 맡았다. 하지만 전화가 오더군. 「흥겨운 대장간」은 자기가 제2바이올린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높은 라시도를 짚는 게 어려웠겠지. 그래서 이 노래만 내가 제1바이올린을 맡았다. 조카는 비브라토를 배웠기 때문에 제1바이올린을 하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조카 바이올린은 소리가 무척 작더란 사실. 약음기를 빼도 소리가 작았다. 하여 이중주를 할 때는 내 바이올린에 약음기를 꼈는데 그래도 크게 소리가 주는 건 같진 않더라고. (조카는 바이올린 크기를 늘리면서 중고 바이올린을 샀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후지다. 활도 꽝이고. 연주할 때 느낌이 너무 좋지 않다. 7만원 값어치가 안 되는 것 같은데 말해줘도 언니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스즈키 1권에 실린 곡은 알려진 노래가 아니라서 가장 인기가 없었다. 가족 앞에서 연주할 때는 끝내주게 잘할 게 아니라면 다들 아는 노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관객이 좋아하는 찬송가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연주한 노래 중에서 이중주로선 악보가 가장 아름다왔다. 하면서도 뿌듯했음.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건데도 몹시 떨리더라구. 의외였다. 조카랑 이중주를 할 때는, 어린 조카가 옆에 있을 뿐인데도 어찌나 의지가 되던지. 역시 놀랍고 또 대견스러웠다니까. 뒷얘기. 일주일 쯤 뒤에 전문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바이올린곡을 우연히 조카들에게 들려줬는데 명휘가 하는 말이, 이모랑 누나가 연주한 게 더 잘했다는 거야. 맞아 맞아. 원래 A매치보다 동네축구가 더 재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