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이중주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선 불가능. 조카에게 얘기했더니 순순히 하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쉬운 바이올린 이중주곡 악보를 구하고 파트를 정한 뒤 연습에 들어갔다.

사실 성탄절 전에 연습은 딱 하루 했다. 조카도 별로······. 성탄절에 만나서 한 시간 정도 연습한 게 다라고나 할까. 둘이서 박자 맞추는 게 의외로 까다로왔다. 하지만 연습하니까 되긴 되더라구.


연주곡 목록

호연 독주
1. 화이트 크리스마스
2. 실버벨

나 독주
1. 스즈키 1권, 독일 민요 「크리스마스 노래」
2. 캐롤 한곡 (기억이 안 남)

호연, 나 이중주
1. 호만, 물고기 비늘 (삼호뮤직 2008년 9월)
2. 소나무 (삼호뮤직 2009년 2월)
3. 흥겨운 대장간 (삼호뮤직 2009년 11월호)
4.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삼호뮤직 2009년 12월호)

바이올린 이중주와 명휘 독창
1.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조카가 악보를 보곤 제1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제2바이올린을 맡았다. 하지만 전화가 오더군. 「흥겨운 대장간」은 자기가 제2바이올린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높은 라시도를 짚는 게 어려웠겠지. 그래서 이 노래만 내가 제1바이올린을 맡았다.

조카는 비브라토를 배웠기 때문에 제1바이올린을 하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조카 바이올린은 소리가 무척 작더란 사실. 약음기를 빼도 소리가 작았다. 하여 이중주를 할 때는 내 바이올린에 약음기를 꼈는데 그래도 크게 소리가 주는 건 같진 않더라고.

(조카는 바이올린 크기를 늘리면서 중고 바이올린을 샀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후지다. 활도 꽝이고. 연주할 때 느낌이 너무 좋지 않다. 7만원 값어치가 안 되는 것 같은데 말해줘도 언니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스즈키 1권에 실린 곡은 알려진 노래가 아니라서 가장 인기가 없었다. 가족 앞에서 연주할 때는 끝내주게 잘할 게 아니라면 다들 아는 노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관객이 좋아하는 찬송가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연주한 노래 중에서 이중주로선 악보가 가장 아름다왔다. 하면서도 뿌듯했음.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건데도 몹시 떨리더라구. 의외였다. 조카랑 이중주를 할 때는, 어린 조카가 옆에 있을 뿐인데도 어찌나 의지가 되던지. 역시 놀랍고 또 대견스러웠다니까.

뒷얘기.

일주일 쯤 뒤에 전문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바이올린곡을 우연히 조카들에게 들려줬는데 명휘가 하는 말이, 이모랑 누나가 연주한 게 더 잘했다는 거야. 맞아 맞아. 원래 A매치보다 동네축구가 더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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