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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나이 이팔청춘. 하루에 3분의 1을 자는 시간에 보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학교생활로 보낸다. 남은 3분의 1의 2분의 1은 책을 읽는 등. 내 여가 시간을 보내고, 남은 2분의 1이라는 시간은 학원에서 매일하는 지겹고도 지겨운 공부를 하기위해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중 1시간도 여유있게 사용할 수 없고,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얼굴을 붉힐 뿐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마법의 콩을 가지고 있는 단짝친구를 원하는 한 소년을 만났다.
게이, 레즈비언, 동성애자. 이 단어들은 모두 우리가 곱지 안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어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쓰고있긴 하지만,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던지,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던지의 사항을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좋지않은 시선으로 바라 본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소설이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이쪽저쪽을 해매고 있는 핼과 그의 친구 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 중애 한쪽이 먼저 죽으면, 남은 사람이 그 사람 무덤 위에서 춤을 추는 거야."
나도 한때는 진정한 단짝을 찾으려 애쓰려 했던 적이 있었다. 한 번 친해지면, 영원히 친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있을 때도 있었고, 그로인해 배신이라는 쓰라리 감정들을 많이 받았었다. 어느 날, 핼은 내가 느낀 감정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의 친구 배리가, 넌 질렸다. 는 말을 해버린 것이다. 마법의 콩을 가지고 있는 단짝친구를 원하는 핼로서는 어어마한 충격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배리는 죽어버린다. 핼은 무덤 위에서 춤을 추어야만 했다.
핼은 친구의 무덤에서 춤을 추었다. 단순히 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래서였냐고 묻는다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배리를 죽은 원인이라는 죄책감과 그를 마음 속에서 보내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죄책감에 대한 감정을 그와 한 약속을 이룸으로서 조금은 떨쳐버리려한 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나조차 무엇이 끝인지 아직 모르는데 이게 어떻게 끝일 수 있겠는가? 이건 어쩌면 그냥 시작일지 모른다. 아니 시자조차 아닐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니고,대신 어떤 시작과 끝의 중간쯤에 있는 단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략)
나는 당신이 현재의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썼다. 하지만 이것은 더 이상 현재의 내가 아니다. 왜냐하면현재의 나는 지금까지 나를 만들어 온 것들에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이다.세상에서 중요한 단 한가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로서 그와 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에이단 체임버스의 많은 청소년소설 중에 가장 인기를 끌었다는 소설. 두 소년의 동성애를 그리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문체들로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콱 맺혔다. 그가 왜 굳이 청소년 소설만 썼는지는 그가 아닌 이상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동성애라기엔 뭔가 어설프면서도, 우정이라기엔 너무도 진한 그들의 감정을 죽음이라는 문턱 앞에서 그리는 그들의 우정을 너무도 순수하면서도 간결하게 나타냈기 때문에 이 소설이 극찬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바쁜 일상에서 헐떡일 때즈음,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친구를 하나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수록 필요한 것은 내 옆에 있어 줄 친구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의 소중한 친구의 약속을 위해 죽은 친구의 무덤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면 나도 기꺼이 그러할 것이다. 핼이 배리를 사랑했던 것처럼, 나도 나의 친구를 사랑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