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여성혐오 한권으로열다 2
국지혜 지음 / 열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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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좀더 정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저자의 독자를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글 (특히 초반부) 를 읽기가 불편했고 쉽지 않았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대책없는 온정주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 에 찔려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사례를 다루고 있는 랟펨의 책은 처음이라 나의 현재 상태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어서 별 다섯 개. 사실 다섯 개 보단 네 개 반 정도.


난민을 무작정 수용하기에 앞서 여자들이 여성에 대한 안전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며, 이런 논의 과정은 급격한 난민 수용에 따라올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비하도록 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 P45

좌파가 주도하는 여성 운동은 여성을 다른 의제 뒤로 밀어버리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스스로 매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한다. ... 모든 각성한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문제에만 집중해도 성폭력과 성착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한다. 그런데도 게이 사기 결혼 논쟁이나 난민 문제 등을 앞에 두고 기존 여성운동권이 여성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 축소하고 여성의 경험과 감정을 지워버릴 때 대중 여성들은 불쾌감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 P50

좌파의 인도주의라는 환상과 낭만주의는 국내 테러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경제적 갈등을 유발하여 극우주의 선동을 이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P55

예멘 난민 사태를 대하면서 한국의 지식인과 엘리트 집단은 독일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상인데도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뭉뚱그려 극우 세력의 의견이라 매도하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성폭력에 대한 걱정을 인종혐오로 매도하는 좌파 운동권과 엘리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57

이들이 전쟁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으러 온 가짜 난민인가 하는 문제 역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 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다가 왔는가 하는 점이며, 그들 ‘조국‘의 사회 체제와 문화 속에 들어 있는 매우 극심한 여성혐오 사상이 그들 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P69

전쟁을 피해 한국까지 넘어온 예멘 난민 중 90%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예멘의 처참한 전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보다 처참한 여성 인권을 보여준다. 예멘 여자들은 인권이 낮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이다. 남자들은 아내와 딸, 늙은 어머니를 인질로 넘기고 도망갔다. ... 피란길은 위험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국경을 넘어와서 난민 지위를 받고 일자리를 얻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면 가족들도 불러들일 것이라고 순진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멘 내 여성 인권을 보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 중에 다수가 자기의 어린 아내나 딸이 지내야 할 집과 가축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국경을 넘었으리라고, 심지어 딸을 조금 더 넉넉한 형편의 늙은이에게 팔다시피 시집보낸 돈으로 넘어왔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개연성 있다. - P79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에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독신 남성을 배제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여자와 아이들부터라는 대원칙을 만들었으며 독신 남성은 받지 않기로 한 후, 비용을 들여서 비행기를 띄워 바다 건너 먼 곳에서 난민들을 데려다가 인도적으로 수용하였다. 20-30대 독신 남성이 혼자서 넘어올 경우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P84

박혜정은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열다북스, 2020)에서 성매매라는 단어가 여성의 자발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단어임을 지적하면서 성을 ‘매매‘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남성의 여성 지배라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대안적 용어로 ‘상업화된 성착취‘를 제안한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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