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세계의 삶에는 지금 당장의 순간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곳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란 삽입하고 삽입당하는 것만이 전부다. - P29

수줍은 듯한 미소, 도발적인 포즈, 반쯤 제모된 여자 외음부의 세계로 간간이 여행을 떠났던 과거 세대와 달리, 오늘날 젊은 세대, 특히 십대들은 파열된 항문, 돌출된 질, 정액으로 뒤덮인 얼굴이 끝없이 펼쳐진 세계로 내던져진다. 그들이 그런 포르노의 이야기, 행위, 서사를보고 자위하며 흥분이 고조되는 동안, 여성, 남성, 관계, 섹스에 관한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뇌로 전달된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질문은 이것이다. 그러한 이미지에 담긴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미지는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고 점점 더 연령대가 낮아지는 소비자들에게 섹스, 사랑, 그리고 친밀감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 P31

남자가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포르노를 본다면 남는 것은 단순한 사정 그 이상이다. 포르노의 이야기가 성적 정체성의 핵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섹스를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만, 현실세계에서 그것이 구성, 인식, 수행되는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학적 욕구도 문화적 의미나 표현 없이 순수한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 사회에서 포르노는 남자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알아듣기 좋은 스토리텔러다. - P40

포르노가 유포하는 여성에 관한 메시지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성으로 수렴된다. 여자는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남자가 원한다면 그 행위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굴욕적이고, 해롭더라도 뭐든 하려고 안달 나 있다. - P41

포르노가 전달하는 남자에 관한 메시지는 사실 훨씬 단순하다. 포르노 속 남자는 영혼도, 감정도, 도덕 관념도 없이 발기한 음경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 유지 체계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여자를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 P42

포르노 섹스의 목적은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행사하는 권력은 성행위와 그에 수반되는 신체 및 언어폭력에 아로새겨진다. - P43

결론에서는 이러한 우리 문화의 포르노화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묻는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답이 쉽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 거대한 구조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 개인 차원의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사회 변화는 결코 개인 차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포르노 제작자들은 우리 문화에 일종의 잠입 공격을 감행했고, 우리의 섹슈얼리티를 납치해서 섹스가 아닌 잔혹 행위에 가까운 형태로 우리에게 되팔고 있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성착취를 맹렬히 비판하고 마땅히 우리 소유인 것을 되찾고자 확고히 결단하는 운동일 것이다. - P52

『허슬러』의 특이한 마케팅전략, 즉 ‘이상적 독자층‘을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제시하는 이 전략의 한 가지 목적은, 실제 독자가 자기 자신을 그 이미지 속 가상의 독자로 인지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이는 독자가 허슬러를 구매하면서도 정액, 대소변, 아동 성범죄자, 여자의 질에서 액이 흐르는 장면을 그린 만화 이미지로 가득한이 "충격적인" 잡지와 거리를 둘 수 있게 해 주었다. 잡지를 읽으며 자위하는 동안에는 ‘백인 하층민‘의 세상에 잠시 방문해 자기가 속하지 않은 사회 계급의 일을 관망하며 관찰자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 P80

이들 발행인은 저마다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류 대중문화에서 포르노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했다. 플린트와 구초네가 한계에 도전하면 할수록 『플레이보이』가 점점 더 괜찮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었고, 『플레이보이』가 주류 문화에 더욱더 깊이 침투할수록, 『허슬러』와 『펜트하우스』는 더 하드코어한 영역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공생 관계는 우리 문화를 길들여 이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될 시기에 포르노를 여자와 남자를 폄하하고 비인간화하는 이미지의 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