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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남자 1
제랄드 메사디에 지음, 최경란 외 옮김 / 책세상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예수의 일대기(1,2권)
예수의 두가지 측면, 인간적인 면과 신적인 면 중 최근에 더욱 부각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예수' 인 듯 싶다.
이 메사디에라는 프랑스 작가는(프랑스는 카톨릭 국가이다) 과학 문명의 세례를 받은 20세기 지식인의 눈으로, 성서에 등장하는 모든 기적적인 사건들, 예수에게 둘러씌워진 모든 신성의 후광들을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성서와 외경, 사해 두루마리의 내용 등 이제까지 알려진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예수의 삶을 재구성해 나간다.
이 드라마틱한 인물의 삶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이야깃거리를 이루기 때문에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으며, 작가가 긴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조사한 1세기 무렵의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의 생활상, 그 시대의 정치적인 문제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그때까지의 율법 중심의 유대교에 반항하는 예수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예수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들을 그리는데, 그것은 끊임 없이 사생아라고 의심받으며 자란 성장 배경, '아버지'요셉과의 미묘한 애증 관계 등에서 온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예수의 십자가형과 그의 부활을 그리는 마지막 부분의 정치적 음모의 드라마는 이 소설의 압권이다. 물론, 많은 기독교 신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은 틀림 없지만.
권력에의 의지와 종교적 열정 사이에서(3,4권)
이 책의 1, 2권이 예수의 탄생부터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의 이야기였다면 3, 4권은 예수의 사도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인물, 사울(사도가 된 뒤에는 바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울은 유대교와 기독교를 결정적으로 다른 종교로 만든 인물인데, 이 책에서는 그의 이율배반적인 성격, 종교적, 인종적, 정치적 모순을 한 몸에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로마 시민이자 유태인, 초기 기독교도를 압박하는 대성전의 치안대였다가 가장 열정적으로 이방인들에게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는 사도로의 변신, 이러한 그의 이해하기 힘든 인생 여정을 작가는 헤롯 왕가의 자손인 그의 출생에서부터 비롯된 권력욕에서 가능한 해답을 찾는다.보통 사도서에서 말하는 대로 사울의 회심은 어떤 성령의 은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상의 왕국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대신 종교적 왕국의 지배자가 되기를 원했던 그의 권력에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물론 그가 예수에게 매혹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결국 사울은 예수의 가르침과는 별 상관 없는 어떠한 종교를 전파함으로써, 예수가 그에게 예언한 바와 같이 다른 모든 제자들처럼 '예수를 배반한' 셈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하게 되는 생각-결국 종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가르침과는 상관 없이 다들 믿고 싶은 바를 믿는 혼란(사울도 그것 때문에 고민한다)과 그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한 율법주의자들의 화석화된 조항들과 엄격한 해석들, 그런 것이 종교인가? 그리고, 예수는 오늘날의 기독교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이런 것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