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르네상스 아트 라이브러리 6
패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 지음, 김미정 옮김 / 예경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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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피렌체와 더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양분하는 도시이지만 두 도시의 예술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피렌체가 데생과 구성에 더욱 중점을 둔 반면 베네치아는 색채에 중점을 두었다는 바사리의 분석은 유명하고(물론 바사리는 그렇기 때문에 피렌체의 예술이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우월성의 문제는 뒤로 던져 두더라도 두 도시의 예술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좋아하든 탐탁치 않게 생각하든 베네치아 미술가들의 색채에 대한 감수성은 확실히 특별하며 저자는 그 이유를 물로 가득 찬 거리들이 지배하는 베네치아의 특별함-‘세상의 다른 곳’-에서 찾는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물빛, 반사되는 햇빛의 세기 변화, 그에 따른 미묘한 색채 변화에 베네치아인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비잔틴의 영향을 받아 성행했던 모자이크 예술에서 비롯된 빛에 대한 예민한 감각은 그러한 성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또한 피렌체 예술가들이 서로 경쟁하면서(공모라는 방식은 피렌체에서 특히 성행했다) 작업했다면 베네치아인들은 정치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에 있어서도 협업에 능했다. 이 책에서는 예술가 가문의 공방들이 일하는 방식, 도시의 부를 바탕으로 하여 공화국과 ‘스쿠올라’라고 불리는 형제회들이 주문하여 만들어진 수많은 예술품들이 만들어진 배경 등 뿐만 아니라 그 시대 개인들의 생활 방식과 초상화 분석을 통한 가족 관계와 계급, 여성의 지위에 관한 문제들도 분석한다. 그림과 건축을 통한 한 시대의 재구성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500년 전의 베네치아로 데려가는 데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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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르네상스 아트 라이브러리 4
리처드 터너 지음, 김미정 옮김 / 예경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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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대로 ‘피렌체 르네상스’를 다루는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조(물론 이러한 이름은 후대에 이르러서야 붙게 된 것이지만)가 나타나게 된 사회, 정치, 경제적 배경을 함께 살펴 본다. 조각과 회화, 건축 분야를 고루 살펴 보지만 우리가 ‘르네상스’ 하면 떠올리게 되는 천재들의 세기라는 관점이 아니라 이전까지의 토대 위에 쌓아 올려진 새로운 예술이 어떻게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꽃으로 만들었는가를 살펴 본다.
미술의 역사 또한 선적 발전의 관점으로 보아 온 사람들에게(사실 그러한 관점은 바사리의 ‘예술가 열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양식의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라는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이 한 개인의 개성의 표현이라는 생각은 극히 최근의 것이며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이 시대의 미술가들에게 그러한 자의식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작품의 조화를 더욱 중요시했고 양식의 문제 또한 그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를 세울 때 리브가 두드러지고 세로로 긴 고딕 형태를 택했던 것은 그가 르네상스식의 둥근 돔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고딕으로 지어진 성당에 그것이 보다 어울리는 양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르산미켈레의 멋진 조각들을 분석한 장에서는 조각가들끼리 주고 받는 양식상의 영향, 자신들의 수호 성인들이 보다 훌륭하게 표현되기를 바라는 아르테(길드)들끼리의 경쟁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예술의 표현 방식에 후원자들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르네상스는 천재들의 발명품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망, 시대 정신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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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의 베네치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그 영욕의 역사
프란체스코 다 모스토 지음, 권오열 옮김, 존 파커 사진 / 루비박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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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든 것은 저자의 이름 때문이었다. ‘다 모스토’. 이 이름이 익숙한 이유를 생각하다가 베네치아의 유명한 팔라초들 중 하나인 ‘카 다 모스토Ca’ Da Mosto’가 생각났던 것이다. 과연 저자는 이 유서 깊은 가문의 일원이었고 그가 들려주는 베네치아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보다 내밀하다.
천 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를 이야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인 데다 분량의 많은 부분을 도판들이 채우고 있느니만큼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이 책은 이미 베네치아의 역사나 문화에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관광 안내서가 아니라 이 도시 출신의 사람으로부터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저자는 오래된 도시의 오랜 가문 출신으로서 과거와 미래 양쪽을 향한 시선으로 우리에게 이 도시와 도시를 건설하고, 살아 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그 중간중간, 자신의 선조들의 이야기를 엮어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내게 특히 흥미 있었던 것은 유명한 ‘카 다 모스토’가 더 이상 다 모스토 가문의 것이 아니고 다 모스토 사람들은 다른 팔라초에 살게 된 사연이었다. 결혼과 유산 상속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 이야기는 짧게 언급되었지만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드라마틱함을 느끼게 했다.
저자는 베네치아 거주민으로서 관광객들이 베네치아의 경제를 지탱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베네치아 고유의 문화가 사라져가고 오염과 환경 파괴로 불안해져 가는 도시의 미래를 걱정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관광을 위해 도시에 들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도시를 사랑하는 거주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BBC에서 기획한 이 책은 존 파커의 아름다운 사진들로 더욱 풍성해졌다. 물론 어떤 사진도 베네치아 그 자체보다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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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1900년 - 아르카디아를 찾아서
베른트 뢰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리북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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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특히 르네상스 미술-피렌체는 하나의 이상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 도시 출신의 수많은 미술가들의 이름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피렌체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그 별처럼 빛나는 작품들로 가득 찬 도시에 대한 꿈을 꾸고, 가 본 사람들은 결국 이 예술의 수도의 휘황함에 무릎을 꿇고 만다.
그래서 대개 피렌체에 대한 책은 1500-1600년을 전후로 한 기간들을 다루기 마련이다. 천재들의 세기, 르네상스가 꽃피고 메디치 가문의 역사가 유럽의 역사와 얽혀 들어가는 시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00년, 이른바 세기말 세기초의 벨 에포크 시기의 피렌체를, 그것도 피렌체인들의 눈이 아니라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피렌체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시기로부터 꼭 110년이 지난 지금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래서 마치 이중의 필터를 통해 피렌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방인들-대개는 아비 바부르크를 중심으로 한 독일인들, 그리고 몇 명의 영국인, 미국인, 스위스인 등-보다도 어떤 의미로는 더욱 이방인이며 피렌체의 영광의 세기로부터는 더한층 멀어진 시대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르네상스의 도시의 방문객들, 때로는 피렌체를 제2의 고향으로 선택한 사람들과 어떤 공통점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그들이 보는 피렌체는 1900년의 피렌체가 아니라 과거의 피렌체, 그보다도 그들이 머릿속에 간직한 어떤 이상향으로서의 피렌체라는 사실이다. 지금 피렌체로 여행을 가더라도 우리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이 도시를 볼 것이 틀림 없다. 말하자면 사보나롤라의 처형 그림에 등장하는 피아차 델라 시뇨리아가 지금과 얼마나 똑같은지를 느끼면서 감탄하는 것 따위이다. 하지만 ‘그 때’ 와 똑같아 보이는 피렌체 역시 현대화의 길을 거치면서 훼손되고 변화되었음을 이 책은 알려 준다. 지금의 우리처럼 예술의 이상향을 찾아 이 도시로 온 일단의 외국인들은 20세기가 가져온 속도와 변화의 와중에서 때로는 저항하고 대개는 변화에 눈을 감지만 결국 르네상스의 피렌체는 자신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아비 바부르크라는,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법한 독일계 유태인 미술사가, 미학자가 피렌체와 처음 조우하고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피렌체에 정착했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인생 여정과 피렌체라는 도시의 변화를 교묘히 엮어 놓은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바부르크와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르네상스 미술에 관한 학자들의 의견, 1900년의 피렌체에 살고 있던 예술가들, 미술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피렌체와 토스카나의 미술품들이 발굴되고 팔려 나가는 모습, 현대화와 함께 피렌체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등, 한 시대의 여러 모습들을 관찰하게 된다. 결코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을 바부르크의 말년과 함께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피렌체 역시 지상의 장소일뿐 아르카디아는 아니라는 것, 언제나 과거를 향한 도시가 이 속도의 시대에 여전히 거기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요구와 변화의 요구 사이에서 영원히 갈등하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다- 1900년의 사람들은 짐작도 못 할 정도로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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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atebreed - Hatebreed
헤이트브리드 (Hatebreed) 노래 / Koch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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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 출신의 5인조 밴드인 Hatebreed의 셀프 타이틀 앨범입니다. 정규 앨범으로는 다섯 번째고 밴드 결성도 1994년이라니까 커리어를 상당히 쌓아 온 밴드네요. 장르는, 앨범에 써 있는 보컬리스트 Jamey Jasta의 말에 따르자면 ‘hardcore metal crossover’라고 하네요. 메틀, 특히 스래쉬 메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하드코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앨범은 멜로디가 거의 없고 보컬도 거의 대부분 스크리밍이라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앨범인데 이상하게도 좋게 들리더군요. 강력하고, ‘마초적’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쳐 흐르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연주도 리프와 코드 진행으로 초지일관하고 해머로 두드리는 듯한 리듬 파트가 이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단순하달 수도 있지만 또 이런 종류의 음악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단순하고 임팩트 있는 구성이야말로 이들의 스타일에 딱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어쨌든 메가폰을 들고 외치는 듯한 보컬로 시작하는 ‘In Ashes They Shall Reap’의 원초적인 에너지에 이끌려서 이 앨범을 산 것이 사실이고 앨범 전체로도 그러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런 종류의 음악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럽기만 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Hands of a Dying Man(특히 이 곡은 리프가 맘에 들어요)’, ‘Through the Thorns’, ‘Every Lasting Scar’, ‘Merciless Tide’같은 곡들을 좋아합니다. 유일한 연주곡인 ‘Undiminished’에서는 이들의 서정적인 면도 엿볼 수 있어요. 그리고 보너스 트랙인 ‘Escape’는 Metallica의 커버곡인데 이들은 이 앨범을 내기 몇 개월 전에 [For the Lions]라는 커버 앨범을 냈습니다. 그 앨범에 들어 있는 곡이라고 알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복잡한 것도, 예쁘게 꾸민 것도 싫고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은 분들께 강추하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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