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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ㅣ Art & Ideas 3
새러 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아트 / 2001년 10월
평점 :
1, 2년 전에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 적이 있었다. 인상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대가들의 작품이 많이 온다기에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적은 작품 수, 그리고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때문인지 와글거리는 학생들 때문에 관람 분위기도 좋지 못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만약 2층에서 하고 있던 고야의 판화전이 아니었다면 비싼 입장료가 더 아까웠으리라. 아마도 입장권 제출하고, 나머지 시간을 노는 데 쓰는 게 더 큰 목적일 학생들이 없어서 이층은 조용했고, 거기서 고야의 그로테스크한 판화들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왕실 화가로서 태피스트리 밑그림이나 권력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던 고야, 그리고 하층민과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판화로 옮기던 고야, 어떤 것이 그의 진면목인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고야는 고야일 뿐, 이런 상반되는 모습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이 책은 역설한다. 화가로서 출세하고 싶었기에 왕실과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으려 애썼고, 18세기 에스파냐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판화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홋타 요시에의 4권에 이르는 '고야'와 비교하면 이 책의 논조는 보다 객관적이며 차분하다. 특히 그림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들도 친절히 설명해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과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고야의 동시대 화가들과 영향 받은 화가들, 영향을 준 화가들까지 아우르고 있어 이 화가의 미술사상의 위치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좀 불만스러웠던 것은 책의 모양새이다. 아래 위 여백이 적은것까지는 모르겠는데 회갈색의 굵은 명조체로 된 본문이 처음 읽을 땐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특이하긴 하지만 가독성은 떨어지는 것 같은데... 굳이 그런 서체를 쓴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읽다 보니 나중엔 익숙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