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2
크리스토퍼 듀건 지음, 김정하 옮김 / 개마고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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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갖는 느낌은 아마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패션의 나라, 또는 파스타의 나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이 나라는 예술품 같은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와 아름다운 광장, 커피 향기와 분수들, 그리고 열광적인 축구팬들의 나라이다.

불과 열흘간의 여행만으로 그 나라의 모든 면을 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일 뿐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미술, 건축이 주가 되었으므로 나는 이 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간략한 역사서이다.

멋쟁이들이 가득한 현재의 도시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지독한 가난이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를 옥죄고 있었다는 것,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아직까지도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 근현대사를 점철시킨 정치적 혼란과 부패는 어쩌면 우리의 역사와도 닮아 있었다.

저자가 머릿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통일 이전의 이탈리아사에 대해서는 지극히 간략히 훑고 지나간다. 분량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통일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도 '개관'이라고 할 정도의 내용이다. 만약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보다 두꺼운 다른 책을 참고해야 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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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사회 1 한길그레이트북스 49
마르크 블로크 지음, 한정숙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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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세사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봉건제라는 독특한 제도 하에 형성된 중서부 유럽의 한 시대를 고찰한 이 책은 중세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기술된 역사책과는 여러 모로 다른 느낌을 준다.

상당한 분량의 1권은 봉건제의 특징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된 계약적이면서도 종적인 관계의 망에서 찾고, 그것이 원래 생겨나게된 사회적 압력요인과 본래의 정신, 그리고 그것이 변질되게 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1권의 반정도 분량인 2권에선 통치 제도를 중심으로 하여 봉건제가 어떻게 권력의 분화에 영향을 미쳤고, 국가권력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로마 제국의 붕괴 후 메로빙거와 카롤링거의 왕국들을 거치면서 계속되는 만족들의 침입으로 약화된 왕권은 결국 공권력의 공백이라는 사태를 낳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일신의 자유를 담보로 해서라도 보호를 구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 그 시대적 요청이 만들어낸 독특한 제도가 봉건제이며 이것은 군주와 가신간의 신종선서라는 의식을 통해서 상호간 보호와 봉사라는 가치를 교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아래로는 농노로부터 종국엔 국왕에게까지 이어지는 이 종적 인간관계의 망이야말로 봉건제의 핵심이었으며 여기에 봉사의 대가로 주어지는 봉토와 장원이라는 그 시대 특유의 경제 활동에 대한 내용도 빠질 수 없다.

블로크는 이러한 큰 줄기를 놓고 그 시대의 경제, 사회상의 여러 면모들을 꼼꼼하게 복원하여-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심리적 현실까지-중세를 하나의 막연한 과거로부터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복합적인 상으로 만들어준다. 사건으로서의 역사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로서의 역사를 보게 해 주는, 흥미진진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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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지음, 이채윤 옮김 / 데미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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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으스스한 공포와 신비스런 분위기, 그런 것일 것이다. 이 소설은 유령이 출몰하는 집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사실 그다지 공포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모호함이 주는 긴장감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여성이 어느 한적한 시골의 대저택으로 두 아이를 가르치러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그 '반 정도는 사람이 기거하지 않는 커다란 저택'에서 대낮에도 출몰하는 유령들과 조우하고 그 유령들이 바로 그녀의 두 학생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유령들의 존재와 두 어린이의 행동으로 미루어 우리는 이 저택에 깃들인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지만 결말에 이르도록 무엇 하나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가정교사의 회고록 형식이라는 제한된 시점을 이용하여 작가는 많은 부분을 어둠 속에 남겨 둔 채 독자를 질식할 듯한 긴장감 속으로 몰아 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딕 소설 같은 외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심리적 스릴러가 되었다. 가난하고 감수성 풍부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고용주에게 품는 애정에 가까운 경의, 그의 조카들인 자신의 학생들에게 쏟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애정, 그런 학생들을 위협하는 유령들, 그녀를 도와 주면서도 과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가정부 등, 이 모든 등장 인물들을 가로지르는 섬세한 관계의 선들이 소설의 긴장감을 지탱해준다.

원제는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인데 '유령의 집'이라는 다소 평범하고 직설적인 우리말 제목을 붙여 놓았다. 그래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뭏든 유령 이야기를 다룬 점에서 헨리 제임스의 작품 치고는 특이하지만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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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미술
임영방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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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상세히 들여다 본 책이다. 르네상스는 한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지만 우리에겐 지금 무엇보다도 미술, 건축 분야의 한 시대구분으로 익숙한데, 이 책에선 그것 뿐 아니라, 제목에서 가리키듯 '인문주의'에 중점을 두어 그러한 문화가 꽃피게 한 정신적, 사상적 배경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내용이 전적으로 통사적으로 씌어진 것은 아니지만 르네상스가 시작될 무렵부터 반 종교개혁의 바람 속에 사라지게 되기까지의 시기를 아우르고 있어 전체적인 조망을 갖게 해 주는 것이 강점인 듯 하다. 특히 이 시대의 미술은 인문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서 발전한 것이었다는 점이 잘 나타나 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들 뿐 아니라 그 나름으로 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한 다른 예술가들의 업적 또한 소개하고 있으며 그러한 예술에 소재를 준 인문주의자들의 역할은 어떠한 것이었던가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상당한 두께의 책이지만 읽기에 지루하진 않았다. 다만 전적으로 미술만 다룬 책이 아니어서도 그랬겠지만 도판들이 비교적 작고 선명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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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Art & Ideas 3
새러 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아트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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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년 전에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 적이 있었다. 인상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대가들의 작품이 많이 온다기에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적은 작품 수, 그리고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때문인지 와글거리는 학생들 때문에 관람 분위기도 좋지 못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만약 2층에서 하고 있던 고야의 판화전이 아니었다면 비싼 입장료가 더 아까웠으리라. 아마도 입장권 제출하고, 나머지 시간을 노는 데 쓰는 게 더 큰 목적일 학생들이 없어서 이층은 조용했고, 거기서 고야의 그로테스크한 판화들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왕실 화가로서 태피스트리 밑그림이나 권력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던 고야, 그리고 하층민과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판화로 옮기던 고야, 어떤 것이 그의 진면목인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고야는 고야일 뿐, 이런 상반되는 모습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이 책은 역설한다. 화가로서 출세하고 싶었기에 왕실과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으려 애썼고, 18세기 에스파냐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판화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홋타 요시에의 4권에 이르는 '고야'와 비교하면 이 책의 논조는 보다 객관적이며 차분하다. 특히 그림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들도 친절히 설명해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과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고야의 동시대 화가들과 영향 받은 화가들, 영향을 준 화가들까지 아우르고 있어 이 화가의 미술사상의 위치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좀 불만스러웠던 것은 책의 모양새이다. 아래 위 여백이 적은것까지는 모르겠는데 회갈색의 굵은 명조체로 된 본문이 처음 읽을 땐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특이하긴 하지만 가독성은 떨어지는 것 같은데... 굳이 그런 서체를 쓴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읽다 보니 나중엔 익숙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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