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수업을 듣는 여자애 아버지를 문병가서 오이를 먹었어. 그랬더니 그 사람도 먹고 싶다면서 아직아작 씹어 먹었어. 그런데 닷새 후 아침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그가 오이를 씹을 때 내던 아작, 아작, 하는 작은 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어. 사람의 죽음이란 아주 사소하고 묘한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하고. - P334
"넌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는것은 그럴 만한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야." - P354
"자신을 동정하지 마." 라는 나가사와의 말을 갑자기 떠올렸다.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 P413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가나쁘기 때문일 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 P419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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