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요구했다

시대는 우리에게 노래하라고 요구하고는
우리의 혀를 잘라 버렸다.
시대는 우리에게 거침없으라고 요구하고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시대는 우리에게 춤추라고 요구하고는
우리를 강철 바지에 욱여 넣었다.
그렇게 시대는 기어이 뜻대로
요구한 개짓거리를 손에 넣었다. - P39

평평한 지붕들

도시의 지붕 위 밤은 시원도 하다.
도시는 무심히
뚝뚝 땀을 흘리고
인생의 구더기들은
도시의 뜨거운 외로움 속을 가어간다.
사람은 도시 안에서 외따로 떨어지고
사랑은 포장도로의 뜨거운 속삭임 속에서 상해 간다.
사랑은 늙어 간다
노쇠한 보도를 따라 늙어 간다.
도시의 지붕 위 밤은 시원도하다. - P61

아들을 위한 조언

절대 백인 남자를 믿지 말고,
절대 유대인을 죽이지 말고,
(중략)
절대 소송에 휘말리지 말고,
절대 출판사를 믿지 말고,
짚단 위에서 자고 싶지 않으면.
친구들은 모두 떠날 거고
모두 죽을 테니
깨끗하고 건전한 삶을 살다가
하늘에서 친구들과 만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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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가 쓴 시는 처음봐요. 오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헤밍웨이 편 읽었는데 아들들과 다 사이가 안좋았더군요. 헤밍웨이 삶을 보면 좋을 수가 없었을 듯.... 그래서 마지막 시는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

스텔라 2021-02-01 10:00   좋아요 0 | URL
<아들을 위한 조언>을 읽고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꼈는데 반전이네요. 얼마전 읽은 네루다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한 <The dreamer>을 읽고 상상했던 네루다도 바람돌이님의 북페이퍼를 읽어보니 반전이고.. 반전의 연속네요.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