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la 2003-09-22
가을이다, 행복하자. 잘 사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작금의 나에게서 대뜸 튀어나올 말이란,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신우일신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워낙에 소심하고 귀가 얇은 데다가 용기와 의지가 박약한 편인지라,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과제다. 나에 대한 것이라면 어떻게 하여도 좋지만, 그것이 일에 관한 것이거나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알라딘에 관한 것이라면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라딘에서 누군가로부터 배웠다. 감사하고 있다.
일신우일신은 누구에게나 과제겠지만, 특히나 나같은 일희일비자에게는 극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과제다. 문제는 불 속에 묻어둔 고구마처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정면승부하여 한계를 뛰어넘거나 실패로부터 배워야하는데, 그래, 이렇게 쉽게 쓰고 있지만 쉬울 턱이 없다. pluto 님의 <밥벌이의 지겨움> 마이리뷰 가운데 있던 '늙거나 젊었거나 일신우일신'이란 귀절이 새삼스러웠다.
내맘대로 되지 않는 일, 내뜻과 다르게 전달되는 말, 내맘을 몰라주는 사람들, 내기분을 지배하는 어두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키워서 불씨로 삼으면 된다. 불은 다시 붙일 수 있다.
그냥 가을날씨가 좋아서 횡설수설하고 싶어졌다. 날씨가 퍽 좋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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