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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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작년에<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텍쥐페리의 사랑에 실망한 나머지,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을 거둬 버렸다. 우연히 집어든 이사카 코타로의 <사막>이 아니였다면 그의 작품을 영영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인간의 대지>에 대해 논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사막>의 주인공처럼 나도 한번 읽어볼까? 라는 식의 어정쩡한 관심 뿐이었다. 그 잠깐이 차지했던 위력에 흥미를 느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발행된 <인간의 대지>를 발견하고 놀라고 말았다. 읽어야 한다는 숙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작가로써의 그를 순수하게 만나기가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 생텍쥐페리를 다시 만난 느낌이 든다. 그의 사적인 모습들은 지운 채, 오로지 그의 일과 그의 내면만을 바라보는 가운데 생겨난 믿음일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건 그의 일이었지만, 일 가운데 드러나는 내면의 고독은 그 일로 하여금 비워지기도 하고 채워지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일이<어린 왕자>의 모티브가 되었듯이, 이 책에도 비행기를(우편기,정찰기를 포함해서) 조종하면서 생긴 경험들로 가득하다. 그가 처녀 비행을 하던 일, 사막에서의 불시착, 조종사로써의 고뇌 등 단순한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글 속에서 작가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단순한 에피소드도 그가 풀어내면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고독으로 변하고 있었으니 그의 전부라고 말할 수 밖에.

 

  생텍쥐페리가 작가로써 차지하는 위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아직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 한권의 책으로 우뚝 서 있는 그의 존재는 진부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으로 글을 쓰긴 했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을 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만들어낸 산물들을 보고 있자면 존경의 눈으로 봐지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확연히 다른 글쓰기와 비행기 조종의 일을 병행한다는 건 쉽지 않기에 그의 열정을 높이 살 수 밖에 없다. 그의 열정이 그를 더 깊은 고독속으로 몰고 갔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겨주는 삶을 살다갔다. 그의 고독과 경험을 지켜보면서 나는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잠시 돌아 보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고독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야간 비행을 하는 비행기 속에서, 황량한 사막의 열기 가운데서, 혹은 차갑게 식어가는 사막의 밤하늘에서 나온게 아닐까 추측을 해 보았다. <인간의 대지>에는 사막의 이야기가 그득했고, 하늘과 땅 위의 바람 이야기 또한 넘쳐났기 때문이다. 내가 그였다면, 세상의 복잡함과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순간 기뻐했을 지라도 혼자만의 고독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곁에는 동료들과 사막에서 만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자신이였다. 그랬기에 끊임없이 모험을 갈망하며,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 아닌, 떠나기 위한 돌아옴을 강행 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라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의 탐험이기에 더욱 더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대지>를 읽다보면 사막의 신기루 속에 갇힌 느낌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와 함께 구름 속을 비행하기도 하고,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어보기도 했지만, 나 또한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처럼, 신기루를 좇아 영원히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좇는 신기루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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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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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내 자신에게 약속한 것은, 편견으로 장르를 나누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다양한 독서를 하려고 애쓰지만 문학에 치중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문학을 주로 좋아한다면 국내 문학의 비중도 당연히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주로 국외 문학을 읽을 뿐, 국내 문학은 언제부터인가 등한시 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선정적인 책들만 골라서 읽었던 나의 잘못도 있었지만, 현실의 도피로 독서를 하는 나의 성향에 현재의 국내 문학은 맞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라는 공감에서 비져나오는 우울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현실감이었다. 일본문학에 많은 국내 독자들이 관심을 쏟는 것은 현실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소설이라는 장르라도 이왕이면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일본문학에 더 끌리는 거라고 말이다. 굳이 국내 문학과 일본 문학을 비교하련느 것도 아니고, 비교하더라도 일부분의 것을 가지고 비교할 것이기에 그럴만한 계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강의 책을 읽으면서 밀려오는 비현실 속의 우울함이 나를 더욱더 깊은 어둠의 심연으로 데려가는 느낌이라 이렇게 장광설을 뱉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몇년 째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꼬박꼬박 보고 있다. 그렇기에 작년 수상작인 한강의 <몽고반점>을 기억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몽고반점>보다 같이 실린 <아기부처>의 문체가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늘 스쳐버리던 이상문학상의 수상자들 중에서 한강이라는 작가를 염두해 두고 있던 터라, 신간이 나왔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책을 구입했다. 사고보니 <채식주의자>는 신작이 아니라 <몽고반점>과 비슷한 시기에 쓴 연작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엔 <몽고반점>이 실려 있어서(나에게 작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있었기에)실망을 했다. 이미 읽은 작품이 또 실려 있다고 생각하니 지면의 일부분을 도둑맞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연작소설이라는 말에 나의 호기심은 일렁거렸다. 세 편의 단편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말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몽고반점>은 현실의 이야기였기에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의 과거가 되고, <나무 불꽃>은 몽고반점의 미래가 되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 같은 세편의 단편을 읽을 생각에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를 폈을 때, 거부할 수 없는 흡인력에 끌려갈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앉은 자리에서 <채식주의자>를 한 번의 쉼없이 읽어 버렸다. 그러나 책의 맛은 씁쓸하고 비현실적이였으며 우울해서 얼른 덮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했다. 그러나 끝맛을 느끼기 전까지 덮을 수 없었다. 쉬었다 읽는다면 책에서 느껴졌던 맛이 끈덕지게 들러 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몽고반점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는 그렇게 나를 옭아메고 놓아주지 않았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에 등장하는 인물은 같다. 그러나 누구의 관점에서 보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는 달라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교묘히 연결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에서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남자의 처제, 영혜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었다. 꿈 때문에 육식을 먹지 못하는 영혜에게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가족들의 억지 희극 속에서 자살을 기도하고, 병원에서 토플리스(젖가슴을 드러낸 옷차림) 차림을 보임으로써 그녀는 단순히 고기를 거부하려 했던 것이 아니였음이 드러난다.

 

  <몽고반점>은 분명 단편으로 읽었지만 <채식주의자> 때문에 새롭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좀더 꿰어 맞춰진 느낌 때문인지 읽었을 당시에 둥둥 떠다니던 비현실감은 좀 더 아래로 내려온 느낌이었다. 영혜는 형부와의 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채식주의자>의 영혜보다 말이 많아졌다고 느꼈을 뿐, <몽고반점>은 형부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고 있었다. 작년에 몽고반점을 읽으면서 영혜와 형부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싶지 않으면서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채식주의자>보다, 좀 더 새롭게 느껴지는 <몽고반점>보다, <나무 불꽃>이 가장 궁금했었다. 어찌 되었든 <몽고반점>의 미래의 이야기가 펼쳐질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무 불꽃>은 늘 묻히고 말았던, 그리고 영혜의 존재로 자신의 인생의 뒤엉켜 버렸던 영헤의 언니 인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인혜의 남편은 영혜와의 그런 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 버렸고, 영혜는 정신병원에 수감 되어 있다. 그런 영혜와 인혜는 친가에서도 버림 받고 인혜는 영혜를 돌본다. 그러나 그건 돌봄은 그녀에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의미한 것 처럼, 의미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 생명을 버릴 수 없어서(그러면서도 자신의 아이는 쉽게 버릴 뻔 했다) 동생이라는 이유로 돌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영혜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음식을 거부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 자신이 나무라 착각을 하고 죽으면 안될 이유가 없다는 말들로 자신만의 자유를 표현한다. 되려 인혜가 세상에 얽매어 있는 느낌이고 자신을 드러내 본 적이 없다는 갑갑함으로 진부하게 이야기는 흘러간다. 결국 영혜가 추구하려 했던 것, 인혜가 막으려고 했던 것의 경계가 풀림으로써 비로소 그녀들은 자유스러워 보이는 듯하다.

 

  이렇게 우울함이 짙은, 현실이라고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왜 놓지 못했을까. 또 다시 국내 문학을 읽을 자신감이 스르륵 사라지고 마는 마음과 싸우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놓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 연작 소설임에도 이제서야 한 권으로 정리하며 매듭을 짓는 기분이라던 저자처럼 나도 <몽고반점>의 매듭을 지으려고 했던 것일까? 의식의 전체에 희망의 빛을 놔버린 나는 영혜보다 자유스럽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내부에는 어움이 지배적이었다. 어둠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니 이젠 빛을 봐야 할텐데 영혜처럼 물구나를 서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나무가 반듯이 서 있는게 아니라 팔을 아래로 지탱하며 거꾸로 서 있다던 영혜의 심정이 되는 건 무엇일까. 어둠의 심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 희망의 빛이 깃들지 않는 건 영혜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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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운형 평전 - 이기형

 

2. 프란츠 파농 - 알리스 셰르키

 

3. 바드샤 칸 - 에크나스 에아스와란

 

4. 안녕, 후두둑 씨 - 이용한

 

5. 엔젤 - 이시다 이라

 

6. 전장의 걸즈라이프 - 요시카와 도리코

 

7. 핸드폰 - 류전윈

 

8. 고양 하늘 아래 노란꽃 - 류전윈

 

9. 여자 경제 독립 선언서 - 수지 오먼

 

10. 채식주의자 - 한강

 

 

-12월이 시작된지 4일이 지났다.

그런데 3일동안 책이 엄청 많이 생겼다.

 

린킨파크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온라인으로 알게 된 실천문학사에 근무했던 분을 만났다. 그 분이 퇴사하면서 읽고 싶은 책 몇권을 말하라고 했는데 당연 실천문학사 하면 평전이 생각나서 평전을 말했더니, 평전 세권과 시집 한권을 더 주셨다.

 

월요일, 출근해보니 책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무언가 하고 봤더니 황매에서 다섯권이나 보내주었다.

그동안 책이 안와서 모니터요원에서 제외됐나 보다 했는데 그동안에 출간 되었던 책들을 한꺼번에 보내주었다.

황매에서 받은 책을 쌓아놓고 보니 완전 부자가 된 기분이다.

 

작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한강의 <몽고반점> 이었다. 몽고반점 보다 같이 수록된 작품이 더 좋아서 한강의 문체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작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

신문에서 조경란의 <혀>와 함께 실린 책이기도 해서 무척 읽고 싶었는데, 집에 읽을 책이 많으니 당연히 살수가 없었다.

그런데 알라딘에 쌓인 적립금이 책을 한권 살 수 있는 정도가 아닌가. 그래서 채식주의자를 구입했다. 어제 밤에 주문했는데 바로 날아오는 이 스피드.... 덕분에 3일동안 책이 엄청 쌓였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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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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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가 완역이 되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완역이 되더라도 그건 아이들 책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것은, 우선 재미있고 번역이 잘 되어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짚을 수 있으니 그렇게 다시 만나는 동화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그 대열에 <작은 아씨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 어렸을 때 TV로 방영되던 만화를 보았을 것이고, 짧은 동화책으로나마 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취향상 여성스런(?) 동화는 안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뇌리에 각인 시키지 않았나 보다. 등장인물을 봐도 낯설기만 하고 어릴적 추억과 동떨어진 책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좋아 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 없지만 나의 기억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은 <작은 아씨들>. 과연 나는 즐겁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며, 유대감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른이라는 명칭이 나이로만 치부하는 듯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이 책을 마주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을 책을 다 읽은 후에 꺼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어른이구나, 속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에 네 자매들의 소개가 있었다. 그 소개에는 확실한 결론을 말해주고 있지 않고 간략한 전개만 제시 되어서 나름대로 그 이후를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결론에 당황하고 말았다. 조는 로리와 우정 이상으로 발전 할거야, 베스는 로렌스씨에게 물질적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며 그들의 현재보다 미래를 섣불리 결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작은 아씨들>은 1년여의 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 나의 속물적인(나의 시각이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 하기에) 상상이 부끄러울 밖에.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너무 예쁘다는 사실이였다.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아씨들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책 내용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겉모습에만 치중했을 거라 멋대로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줄 정도로 번역이 잘 되어 있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떤 책이 번역이 잘 되어 있는지를 시원스레 설명할 순 없지만, 독자와의 소통이 원활했다면 번역의 상태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외 문학을 많이 접하다 보니 번역의 매끄러움과 걸림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된 영향이리라. 그랬기에 <작은 아씨들>은 많은 면에서 충족을 시켜 주고 있었다. 네 자매의 이야기는 굳이 내가 다시 읊어 대지 않아도 많이 듣고 보아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 각자의 성격이라든가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여지는 그들을 얘기하는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자기에게 맞는 자매와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들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어머니와 메그, 조가 일을 하지만 그것으로 넉넉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가 부족하더라도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과의 우정 속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간다. 그 과정 속에는 시대적 고유함이 배어 나오기도 해서 온전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면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네 자매를 보면서 순수함을 떠올렸다. 이기주의의 팽배가 사회든 가족 내에서든 당연시 되고 있는 이 때에 네 자매를 통해 내 안에 잠식되어 있는 순수성을 꺼내 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녀들의 순수함은 노력하고 변화하며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었다. 그 안에 인간적인 면이 모두 드러나기에 그녀들의 모습을 온전히 닮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삶이란 뿌듯함이 배어 나오는 일상이다. 그런 뿌듯함이 네 자매에게서 흘러 나왔다. 소소한 일일지라도 솔직해지려 하는 모습 속에서 하루하루가 감사할 거라는 믿음 또한 생겨났다. 동화는 어린이들의 산물은 아니지만 어릴 때의 순수함을 갈망하게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인정하게 된다. 그 순수함의 갈망이 <작은 아씨들>의 모습을 통해 나타나서 오늘 하루는 뿌듯한 일상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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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단 하루만 더 - 미치 앨봄 

2. 아더와 미니모이 1 - 뤽 베송

3.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4. 아더와 미니모이 2 - 뤽 베송

5. 빨간 자전거 - 크리스틴 슈나이더

6. 브레이브 스토리 3 - 미야베 미유키

7. 브레이브 스토리 4 - 미야베 미유키

8. 개를 위한 스테이크 - 에프라임 키숀

9.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 한흥섭

10. 두고온 시 - 고은

11. 아버지와 아들 - 박목월,박동규

12. 행복한 식탁 - 세오 마이코

13. 새로운 인생 - 오르한 파묵

14.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15. 반 고흐 - 정문규

 

                                                 - 15권

 



2월에 읽은 책
 
 16.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정승희

17.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 슈테파니 슈뢰더

18.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 복거일

19.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20.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박지원

21. 칙센트 미하이 몰입의 경영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2. 호미 - 박완서

23. 게르마니아 - 타키투스

24. 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 케빈 블레이어, 로리 고틀립

25. 모습찾기 - 마리네야 테르시

26. 두부 - 박완서

27.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28.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 이시다 이라

 

                                                       - 13권

 

3월에 읽은 책

 

 

 

29. 율리시스 무어 5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30. 고양이 철학자 요 미우 마 - 조안나 센즈마크

31. 르노와르 - 전규태

32. 인생의 베일 - 서모싯 몸

33.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34. 참말로 좋은 날 - 성석제

35. 별똥별 머신 - 하시모토 쓰무구

36. 꽃들에게 길을 묻다 - 김판용

37. 300 - 프랭크 밀러

38. 미스터 문라이트 - 이재익

39. 서른의 당신에게 - 강금실

40. 리셋 - 가타무라 가오루

41. 맥스와 커피 한 잔을 - 맥스 루케이도

42. 대화 - 박완서 외

43. 문학 속의 서울 - 김재관, 장두식

44. 슬픈 예감 - 요시모토 바나나

 

                                                    - 16권

 4월에 읽은 책

 

 

45. 초이스 선택이 기회다 - 왕창

46.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47.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민현식

48. 내 말에 상처 받았니? - 상생화용연구소

49. ~50. 한국 철학 스케치 1,2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51. 지식을 경영하는 전략적 책 읽기 - 스티브 레빈

52.~53. 해월 1,2 - 허수정

54.~55. 과부마을 이야기 1,2 - 제임스 캐넌

56. 다이앤 아버스 - 파트리샤 보스워스

57. 래리크랩의 파파기도 - 래리 크랩

58. 내 무덤위에서 춤을 추어라 - 에이단 체임버스

59. 체 게바라 시집 - 체 게바라

60.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61. 슬롯 - 신경진

62. 위대한 영성 - 앤드류 머레이

63. 홀로 앉아 금을 타고 - 이지양

64. 행복한 차세대 크리스천을 위한 7가지 습관 - 칼만 카플란, 매튜 슈워츠

 

                                                             - 20권

 

 

5월에 읽은 책

 

 

65.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아지즈 네신

66. 홍루몽 1 - 조설근, 고악

67. 홍루몽 2 - 조설근, 고악

68. 모레 폭풍이 지날 때 - 캐런 헤스

69.~70. 비가 오지 않는 도시 1,2 - 티에닝

71. 홍루몽 3 - 조설근, 고악

72. 동물원에 가기 - 알랭 드 보통

73.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 - 랠프 핼퍼

74. 가시도치의 회고록 - 알랭 마방쿠

75. 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

76. 반 고흐 미술관 - 파올라 라펠리

77. 돌과의 문답 - 이규보

 

                                                         - 12권

 

 

6월에 읽은 책

 

 

78.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제윤경

79.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 멜빈 브래그

80. 홍루몽 4- 조설근, 고악

81. 홍루몽 5 - 조설근, 고악

82.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 - 이사카 코타로

83. 안녕, 캐러멜! - 곤살로 모우레

84.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 존 반빌

85. 붉은 죽음의 가면 - 애드거 앨런 포

86.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 막스 갈로

87.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 - 금난새

88. 사랑을 주세요 - 츠지 히토나리

89. 노란 코끼리 - 스에요시 아키코

90. 쿨 보이 - 사소 요코

 

                                                               - 13권

 

 

7월에 읽은 책

 

91. 부자 마인드 수업 - 월레스 와틀스

92. 네 멋대로 행복하라 - 박준

93. 렌트 - 이시다 이라

94. 세탁소 - 모리 준이치

95. 홍루몽 6 - 조설근, 고악

96. 잔소리 없는 날 - 안네마리 노르덴

97.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 마르야레나 렘브케

98. zoo - 오츠이치

99.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 기타무라 가오루

100. 율리시스 무어 6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101. 루브르 박물관 -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102. 홍루몽 7 - 조설근, 고악

103. 가면 - 카를 요한 발그렌

 

 

                                                       - 13권

 8월에 읽은 책

 

104. 플라이 인 더 시티 - 신윤동욱

105.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 설흔, 박현찬

106.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 오츠이치

107. 홍루몽 8 - 조설근, 고악

108. 자유와 인간적인 삶 - 김우창

109. 끌림 - 이병률

110.~111. 축소지향의 일본인 1,2 - 이어령

112.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 김영숙

113. 가만히 좋아하는 - 김사인

114. 센스영어 - 조영민

 

                                                - 11권

 

 

 

9월에 읽은 책

 

115.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 츠지 히토나리 

116. 아버지의 그림 편지 - 곤살레 모우레

117.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알려준 고양이 - 루이스 세뿔베다

118. 슬로 굿바이 - 이시다 이라

119~120. 바람의 화원 1,2 - 이정명

121. 행복한 가족의 100가지 비밀 - 데이비드 나이븐

122.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에르빈 라슬로

123. 랭보 1 - 클로드 장콜라

124. 논술, 사고 치다 - 공성수

125. 일요일의 마음 - 이남호

126. 에드워드 호퍼 - 롤프 귄터 레너

127. 성스러운 테러 - 테리 이글턴

 

                                               - 13권

 

10월에 읽은 책

 

128. 살았더라면 - 티에리 코엔

129.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 - 박지환

130. 대유괴 - 덴도 신

131. 늑대의 눈 - 다니엘 페나크

132. 낙천주의자 캉디드 - 볼테르

133.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사강

134.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135.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136. 스승의 옥편 - 정민

137.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고골

 

 

                                           - 10권

 

 

11월에 읽은 책

 

138. 사막 - 이사카 코타로

139.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140. 큰 물고기 - 다니엘 월러스

141. 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142. 안녕, 언젠가 - 츠지 히토나리

 

 

                                             - 5권

 

12월에 읽은 책

 

 

143. 얼마만큼의 애정 - 시라이시 가즈후미

144. 갈대상자 - 김영애

 

 

 

- 11월은 정말 무기력의 최고치였습니다.

10개월의 책 읽기 기록장에서 단연 튀는 기록장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다 소설만 읽었음에도.. 달랑 다섯권 밖에 읽지 못한것은....

11월은 제게 잔인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 없었고... 무기력감이 짓눌렀으니까요...

책은 쌓여만 가는게 읽을 힘이 도무지 나지 않더라구요.

 

12월은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독서를 해보려고 해요..

읽다 만 책들과, 읽다 만 장편들을 마무리해서 읽어보려고 해요..

그게 과연 될지 의문이지만..^^

파란만장했던 올 한해의 독서.. 이렇게 마무리가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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