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들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가 완역이 되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완역이 되더라도 그건 아이들 책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것은, 우선 재미있고 번역이 잘 되어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짚을 수 있으니 그렇게 다시 만나는 동화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그 대열에 <작은 아씨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 어렸을 때 TV로 방영되던 만화를 보았을 것이고, 짧은 동화책으로나마 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취향상 여성스런(?) 동화는 안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뇌리에 각인 시키지 않았나 보다. 등장인물을 봐도 낯설기만 하고 어릴적 추억과 동떨어진 책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좋아 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 없지만 나의 기억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은 <작은 아씨들>. 과연 나는 즐겁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며, 유대감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른이라는 명칭이 나이로만 치부하는 듯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이 책을 마주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을 책을 다 읽은 후에 꺼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어른이구나, 속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에 네 자매들의 소개가 있었다. 그 소개에는 확실한 결론을 말해주고 있지 않고 간략한 전개만 제시 되어서 나름대로 그 이후를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결론에 당황하고 말았다. 조는 로리와 우정 이상으로 발전 할거야, 베스는 로렌스씨에게 물질적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며 그들의 현재보다 미래를 섣불리 결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작은 아씨들>은 1년여의 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 나의 속물적인(나의 시각이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 하기에) 상상이 부끄러울 밖에.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너무 예쁘다는 사실이였다.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아씨들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책 내용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겉모습에만 치중했을 거라 멋대로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줄 정도로 번역이 잘 되어 있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떤 책이 번역이 잘 되어 있는지를 시원스레 설명할 순 없지만, 독자와의 소통이 원활했다면 번역의 상태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외 문학을 많이 접하다 보니 번역의 매끄러움과 걸림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된 영향이리라. 그랬기에 <작은 아씨들>은 많은 면에서 충족을 시켜 주고 있었다. 네 자매의 이야기는 굳이 내가 다시 읊어 대지 않아도 많이 듣고 보아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 각자의 성격이라든가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여지는 그들을 얘기하는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자기에게 맞는 자매와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들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어머니와 메그, 조가 일을 하지만 그것으로 넉넉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가 부족하더라도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과의 우정 속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간다. 그 과정 속에는 시대적 고유함이 배어 나오기도 해서 온전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면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네 자매를 보면서 순수함을 떠올렸다. 이기주의의 팽배가 사회든 가족 내에서든 당연시 되고 있는 이 때에 네 자매를 통해 내 안에 잠식되어 있는 순수성을 꺼내 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녀들의 순수함은 노력하고 변화하며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었다. 그 안에 인간적인 면이 모두 드러나기에 그녀들의 모습을 온전히 닮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삶이란 뿌듯함이 배어 나오는 일상이다. 그런 뿌듯함이 네 자매에게서 흘러 나왔다. 소소한 일일지라도 솔직해지려 하는 모습 속에서 하루하루가 감사할 거라는 믿음 또한 생겨났다. 동화는 어린이들의 산물은 아니지만 어릴 때의 순수함을 갈망하게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인정하게 된다. 그 순수함의 갈망이 <작은 아씨들>의 모습을 통해 나타나서 오늘 하루는 뿌듯한 일상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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