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겠습니다 (민트) - 책을 읽는 1년 53주의 방법들 + 위클리플래너 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지음 / 어떤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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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을 계획하고 이 책을 읽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펼치자마자 읽기를 멈출 수 없어 민망하게도 두 호흡 만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책에 낙서를 못하는 나는 한 번의 흠집(?)도 내지 못한 채 메모지를 붙여가며 읽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회사를 관두고, 가능하면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던 저자의 책 읽기 방법은 공감 투성이었다.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슬며시 웃다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이 책을 읽다 고개를 들었을 땐 창밖으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 혼자 이렇게 느긋하고 행복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잠시라도 그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과감한 여행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겁먹을 필요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책이 좋았다. 책을 펼칠 땐 그 속에 어떤 세계가 있는 개의치 않았다. 겁 많은 내가 내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독서였다. 39쪽


아마 내가 오랫동안 책에 빠졌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금껏 혼자서 여행한 적 없이 겁 많은 나는 책을 펼치면 온갖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소박하다.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친구와의 우정, 물질과 타인의 요구에서 벗어난 자유, 그리고 사색이다.’라는 문장 앞에서 나 역시 무릎을 탁 쳤고, ‘내 안에 고통이 있듯, 그 사람 안에도 고통이 있다. 내가 함부로 내 고통을 꺼내 놓지 않듯, 그도 웬만해선 고통을 꺼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나보다 덜 고통받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고 오해하는지 모른다.’는 문장 앞에서 그간 고통 자체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단순하게 책 읽기 방법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책을 읽는 경험에서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행복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었듯 나의 수많은 선택의 바탕엔 행복과 불행이 있었다. 그럼에도 더 많이 행복하지 못했던 건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지 몰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땐 과연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읽는 책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수시로 바뀌고, 제대로 된 기준 없이 허황되게 떠돌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역시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지, 그러면서 그 안에서 나의 소소한 읽는 것에 대한 행복을 추구할 것인지 끊임없는 물음이 쏟아졌다.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이다.

_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어쩌면 나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도,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책을 대하는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수없이 많고, 수시로 마음가짐도 변한다. 그래서 책이 내게 와 닿는 느낌도 모두 다르다. 그 다름 속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읽는 건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도 있고 그냥 현실을 잊기 위해 읽을 때도 있다. 웬만한 방법은 모두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배운 몇 가지 방법을 바로 시도해 보았다. 친구들과 석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같은 책을 읽기로 했고, 바로 책 선정을 마쳤다. 그리고 천 쪽이 넘는 책을 도통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타이머를 켜서 읽고 있다.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서에만 힘을 쏟을 수 없는, 그야말로 틈틈이 하는 독서가 이어지고 있는데 요즘은 그런 시간이라도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를 방해하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 채 하는 독서가 즐겁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더라도 내 마음이 책으로 향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항상 곁에 있고, 함께 가는 독서. 잠시 책에 마음을 기대어 본다.

과감한 여행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겁먹을 필요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책이 좋았다. 책을 펼칠 땐 그 속에 어떤 세계가 있는 개의치 않았다. 겁 많은 내가 내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독서였다. 39쪽

‘행복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었듯 나의 수많은 선택의 바탕엔 행복과 불행이 있었다. 그럼에도 더 많이 행복하지 못했던 건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이다.

_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내 안에 고통이 있듯, 그 사람 안에도 고통이 있다. 내가 함부로 내 고통을 꺼내 놓지 않듯, 그도 웬만해선 고통을 꺼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나보다 덜 고통받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고 오해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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