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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의 엄청 큰 엉덩이 ㅣ 피리 부는 카멜레온 130
스티브 스몰맨 글, 엠마 야렛 그림, 강형복 옮김 / 키즈엠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큰 아이가 어떤 일을 저질렀을 때 곧바로 “엄마, 미안해. 내가 이렇게 해버렸어.” 하고 말한다. 그럴 때면 “괜찮아, 그건 네가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실수로 그런 거니까 언제든지 괜찮아.” 라고 말해준다. 늘 일관성 있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내가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같은 실수인데도 혼을 낼 때가 있다. 조금 지나고 나서 사과를 하지만 아이는 혼란스러울 거다.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왜 화를 내는지 말이다. 서슴지 않고 기분이 안 좋았다던가, 몸이 아파서라고 설명을 해주면 늘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아이지만정말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디는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고 ‘착한 곰’이다. 개미들이 우디의 코 위를 지나가도 가만히 멈춰있고, 나뭇가지의 새에게 손수 먹이도 준다. 그리고 우디는 엉덩이가 큰 곰이기도 하다. 배려 있는 행동과 달리 큰 엉덩이 때문에 다른 동물 친구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실제로 저렇게까지 크지 않겠지만 그림책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의 큰 엉덩이를 가진 우디를 결코 미워할 수 없다. 결코 의도해서 다른 동물친구들을 난처하게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동물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할 때면 우디는 늘 불리했다. 엉덩이를 감출 수 없어 금방 들켜버린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다른 동물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우디의 몸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는 작은 동물들의 표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읽혀진다. 결국 우디의 엉덩이는 다람쥐의 생일잔치에서 케이크를 뭉개버리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분명 실수지만 다람쥐는 우디 때문에 생일을 망쳐버려 화가 난다. 우디는 자신의 엉덩이가 쓸모없다 생각하고 나무 밑에서 혼자 슬퍼하고 있다. 친구들도 우디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우디를 찾아 나서지만 우디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면서 우디가 왜 슬퍼하고 있냐고 물었다. 곧장 우디가 실수한 건데 친구들이 화를 내서 슬퍼하고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대답을 듣고 마음 한 켠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이에게 나도 그런 적이 많아 혹시나 엄마 탓을 돌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아이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우디를 찾아 나서다 동굴 속에서 사나운 여우와 마주친다. 여우는 동물 친구들을 잡아먹으려 했고 도와달라는 외침에 우디가 바로 친구들에게 달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큰 엉덩이가 말썽을 부렸다. 나무 구멍에 엉덩이가 끼어 당황하다 나무를 통째로 매달고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왔다.
큰 나무가 성큼성큼 여우를 향해 다가오자 여우는 괴물이라 생각하고 도망친다. 그렇게 친구들을 구한 우디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무 구멍에서 엉덩이가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우디의 엉덩이 때문에 불편했지만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잔치를 벌인다. 더 이상 쓸모없는 엉덩이가 아닌 멋진 엉덩이가 되어버린 우디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다 뿌듯했다. 나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우디처럼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때면 쓸모없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에 친구들을 구해준 우디의 엉덩이처럼 내가 생각하는 나의 결점들이 정말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 자책하지 않고, 그런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법. 우디를 보면서 그래보기로 다짐했다. 내가 먼저 그렇게 생각할 때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선과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해야겠지만 아이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시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