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깊은 밤 책을 펴들었다.

단숨에 읽어나가는 속도감의 반대편에는 우울함이 있었다.

요즘들어 프랑스 문학에서 느끼는 감정이 우울함이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는 고독을 주저없이 털어내며 외며할 수 없게 만든다고나 할까.

깊은 밤 책을 통한 나의 고독과 우울함은 그렇게 찾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덮어 버렸을 우울함이 이상하게 나를 이끄는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해서 였을까. 아니면 대리만족을 느껴서였을까.

 

전업작가인 폴 페레뮐터가 들려주는 마흔여덞의 인생은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절망,고독,방황,행복해지고 싶은 욕구등 모든 요소가 있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이혼당하고 써내는 책들은 시원찮고 그 기로에 서 있는 폴은 여행을 떠난다.

현실에서의 도피라 해도 되겠고 자신을 찾아서 떠난다고 해도 좋겠고 두려움과의 정면 돌파라고 해도 괜찮을 핑계거리가 그득한 여행이였다.

그러나 그의 핑계는 늘 아버지였다.

이 모든것이 아버지 때문이라며 그렇게 마음 속에서 아버지와 화홰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여행은 특별했다.

노동자로써의 여행이였고 아버지가 익사한 캐나다 북부 호수까지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그는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 버린다.

그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였고 배신감이였고 또 다른 희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더러운 숲'이라 불리우는 아무도 건넌적이 없는 숲으로 들어가 폐인이 되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야생의 숲은 그의 마음처럼 거칠었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에서 이해까지 그리고 인간이 뱉어낼 수 있는 온갖 혐오스러운 환각상태까지 가나 그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리고 숲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다.

몸은 처절하게 망가져 버렸지만 질긴 생명력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이 누리게 될 행복의 발판을 만들어 간다.

그 첫 발판에는 동생이라는 혈육이 있었기에 그곳에 정착한다.

그의 방황은 끝났고 동시에 삶의 무기력함에서도 빠져 나오게 된다.

 

절망의 끝에서 만나게 된 새로운 희망.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누리고 있을 마흔여덞의 중년 사내도 그렇게 새로운 삶에 뛰어들어 성공한다.

자신의 삶을 되찾는 미로속의 탈출을.

 

그러나 그가 미국 남부와 캐나다의 호수를 여행하며 떠돌던 때의 기억들은 나를 최고의 우울함으로 몰고 갔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희망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쩍쩍 갈라지고 부르튼(훗날 자신의 손처럼) 사람들만 만나게 된다.

그러한 만남이 그에게도 충격이였지만 그런 만남을 지켜 보는 나는 두려움에 사로 잡힐 수 밖에 없었다.

낯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걸 헤쳐나갈 용기가 없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현재 내가 존재하고 있는 삶에서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한치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늘 나는 정지해 있었지만).

 

그러나 폴이 '더러운 숲'을 통과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내게도 필요한게 저러한 막연함일까. 저라한 정면돌파일까라는 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폴이 부러웠다.

그는 부딪혔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니까.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 또다른 삶에 한발짝 다가갔으니까.

그러한 과정이 쉽지 않았기에 무조건적인 부러움은 아니였지만 내가 하지 못한걸 폴은 해냈기에, 거기다가 목숨까지 걸어 봤기에 그가 느꼈을 고통과 상실감을 맘껏 만끽한 셈이였다.

그가 느꼈을 과정을 나 또한 그대로 겪어 봤고 그가 맞이하게 될 행복의 가능성 또한 나도 느꼈다.

 

폴의 이야기가 나와 가깝게 한 정도가 아닌 나의 내면을 타고 흐르는 교감으로 넘쳐났다. 삶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고 삶에 대한 의욕이 사그라질때 그 우울의 한가운데로 몰아 넣어 주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지만 나 또한 그 우울의 강을 건너온 기분이다.

어느날 내게 그러한 시련이 닥쳐 온다면 용기를 내어 정면돌파를 해보려 한다. 시련은 늘 기다리며 한꺼번에 부어줄 태세라서 쓰러지지 않도로 마음을 더더욱 굳건히 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우선은 정면돌파의 과정을 통함이 아닌, 내가 맞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봐야 겠다.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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