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AM 01:21....
울다가 시계를 보니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참 아픈 책이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 책 제목이 잘 외워지지 않았다.. 이벤트로 당첨된 책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이라도 할라치면 도무지 제목이 나열이 되지 않아 공지영 신간으로 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행복한 시간이라는 말이 내게 익숙치 않은 것 같다.. 내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을까.. 거기다가 우리라고 정의를 시킨다면 그런 시간은 왠지 더 희박해지는 느낌이였다.. 그렇게 나는 삭막하게 살고 있었나 보다.. 행복한 시간은 만들지 못한채 점점 더 깊은 우울속으로.... 정말 그랬나보다...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이 확실히 외워졌다.. 그들의 만남을 행복한 시간으로 인정함이였고 추억으로 되내일 수 있기에 그 가슴저림을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주고 상처를 위로 받아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거.. 당연한 말 같지만 정말 내 입장이 되면 힘들다는거.. 그러나 결국 그렇게 얽히고 ˜霞淺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형수 윤수와 얼핏 보면 부족한게 없어 보이는 유정....
사형수라는 딱지 앞에 그들의 상처를 들여다 보기라고 했을까..
물질에 명예에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그들의 고뇌는 배부름이다라고 고정시켜 놓은채 내부를 들여다 보려 했을까..
아마 둘 다 힘들었을 것이다... 두 상황 다 내게는 너무나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백이 큰... 절대 만나기 힘들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처를 위로해주고 사랑을 주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두어시간의 만남이 지금껏 만나본 세상보다 더 깊은 위로와 사랑을 주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의 상처를 드러내도 나는 그들의 한심함에 욕을 해대며 그걸로 끝..... ! 이 였다.. 온통 변명 뿐인 것 같았고 세상에 대한 원망 뿐인 것 같았으니까.. 그들의 상처와 진실을 알기 전에는....

그러나 그들이 그 차가운 감옥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서로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는 서툰 몸짓이였다.. 그 서툼으로 인해 더디기는 했지만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자아 뿐만이 아닌 인생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무언가를....
그 시간들이 길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없는 걸까.. 아니..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닌 만남 그 자체겠지....
유정이 서서히 세상에.. 그리고 자신에게 마음을 붙여갈 무렵... 윤수는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평생을 가도 용서하지 못할 그 행위를 목숨과 바꾼채 용서하고 떠났다... 확실한건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안은채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공지영의 소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고등학교 시절 '고등어'를 읽다 지겨워서 덮어버렸는데 그때의 그 지겨움이 아닌 솔직하고 정갈한 문체로 다가온 것 같다...
윤수의 노트... 그리고 유정의 얘기의 나뉨의 서술이 좋았고 그 나뉨의 공백 사이 사이 적혀있는 짧막한 글들도 좋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았던 건...
그들의 상처를 색안경 벗고 그 자체로 보게 된 것과 가슴아파한 것..
그리고 그들을 위로해 주고 있었던 나만의 행복한 시간이 가장 좋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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