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비린내가 코 끝을 떠나지 않는다

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아직도 코 끝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칼날 속에서 공기 중으로 퍼지고 있는 피 비린내.

이처럼 한낱 하찮은 존재로 내 눈 앞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나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그리고 보복을 당하지 않음과 네가 내 편이 아니기 때문에 너는 사라져야 한다.

당연하면서도 참으로 한심스럽다. 비릿한 피 비린내 속에 숨겨진 진상들을 알고 나니 역겨워진다.

그러면서 먼저 제목에 토를 달고 싶어 진다.

저자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읽어본 작품이 없어 제목만 보고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줄 알았다. 사건이라는 단어속에 이렇게 많은 죽음과 음모가 숨겨져 있는지 알지 못했고 그들을 모두 선비라고 할 수 있을까란 의문과 함게 제목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내 검과 동시에 충실하려 피 비린내 나는 이야기가 줄줄이 터지지만 고려 말부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서술되는 권력과 왕권 쟁탈전은 번복에 번복이였다.

제목에 충실하자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 즉, 선비들의 죽음이 있었는지를 말하고자 함이나 온통 죽임과 죽음 뿐이였다.

분명 숙청당한 그들 가운데 안타까운 인재나 훌륭한 선인들이 있는 반면 야욕을 채우려 무모하게 단행한 죽음 또한 많은게 사실이였다.

그걸 단지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명분이라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역사의 흐름을 읽어가고 알아가기에는 생각보다 흥미로웠으나 자신들의 이익과 시류를 탄 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진 죽음이 대부분이라 진부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 그리고 잘못되어 가는 것을 막고자 억울하게 모함에 스러지는걸 보자니 한심해서 나오는 푸념으로 보아도 될 터이다.

그리고 그런 죽음에만 중점이 맞춰져 있어(살해 사건이니까....) 객관성이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무수히 많이 나오는 인물들의 등장도 조금은 헷갈렸고 지나온 역사를 되짚는 것이니 스르륵 지나가 버리는 세월이 야속한 것도 사실이였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뿐만이 아닌 정치적인 숙청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현재 내가 알지 못하는 음모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걸까 라고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단지 자연스러움이라 치부해 버려야 하는걸까...

어쩔 수 없는걸 인정해야 하는 걸가....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 할만큼 심중의 것이 얼굴에 들어난다고 하는데 그들은 어떤 변장술을 하며 무수한 음흉함을 감춰왔을까...

그들에게 접근해 가면 갈수록 야욕에 뒤덮인 나를 감출 수 없어 그들의 치부 들춤이 자꾸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짜증이 덕지 덕지 묻어버린 나의 마음을 풀어봤자 번복에 번복일 뿐일 테니까...

그러나 한낱 파리보다 못한 그들의 목숨의 행보를 지켜 본 나로써는 씁쓸함을 뗄칠 수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 겠지만 배려하는 마음, 나를 낮추는 마음, 좀 더 멀리 내다 보는 평안을 가졌더라면 수 많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자꾸 인간의 힘으로 마음대로 하려 하니 그런 어긋남이 당연할 수 있으나 때로는 순리를 따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쉬움의 다른 형태일 테다.

내 마음이든 코 끝이든 피 비린내 만이 아닌 당연히 들어와야 할 것들이 채워지는 자연스러움이 역행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