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이주 프로젝트 -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테드북스 TED Books 5
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완독하고 싶었던 이유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책의 처음에 실려 있는 화성 사진을 보면서도 너무나 먼 행성의 이야기라는 느낌 때문에 조금은 시큰둥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평범한 밤하늘 사진이 실려 있었고 ‘화성의 황혼에 관찰되는 작은 흰빛의 점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라는 설명이 있었다. ‘흰빛의 점’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위치까지 설명해주어서 발견한 아주 작은 점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이상하게 마음이 찡하니 아파왔고, 만약 화성에서 내가 그런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굉장히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상적이었을까? 그럼에도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느낀 감정으로 인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구 밖 우주라는 공간을 미지의 세계가 아닌 실현 가능한 세계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하더라도,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지구의 생명이 결코 오래 이어지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행성에 이주해 살 수 있을 거란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며, 가능하더라도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이 땅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그곳에 인간이 발을 디딜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던 거리감이라면 공감이 갈까? 저자 또한 화성에 인간이 가는 것이 머지않았다고 하면서도 인간이 적응하며 살아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런 기반을 닦아야 하며 얼마큼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바로 이 책이다.


가장 기본적인 우주에 관한 상식조차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성에 대해 무지한 나에게 화성에서 인간이 살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그런 마음을 간파한듯 저자는 화성 이주에 관한 지식을 다 드러내면서도 어렵지 않게, 일부의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인류는 단순히 화성을 방문하여 정착지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화성이라는 행성 전체를 완전히 개량하거나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이야기다. 동시에 ‘인간이 화성에 자리잡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화성 탐사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와 달의 거리가 약 36만에서 40만 킬로미터라면 화성은 가장 가까웠을 때가 5470만 킬로미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4억 킬로미터라고 하니 좀 가깝게 느껴졌던 화성이 순식간에 미지의 세계로 전락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지치지않고 진지하게 화성을 개량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미 화성 이주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으며 때론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임에도 신뢰가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 계획이 자극이 되어 이미 여러 나라가 우주여행 및 화성에 기지를 세우겠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하니 정말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고 말이다.

저자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 즉, 거주 장소와 엄청난 양의 보급품이 있어야 하며 가장 기본적인 산소 공급과 물, 식량, 의복, 복사열 차단 등 인간이 살아갈 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성에 정착하는 일이 머지않았으며, 기반을 닦는 게 우리세대의 의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화성으로 향하는 이유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지적도 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매우 복잡하고 엄청난 비용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도 준비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상상조차 못하던 우주와의 교역로가 생기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 모든 이야기의 뒤에는 지구가 얼마나 살기 편한 곳이며 ‘우리는 인류의 고향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말하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이주를 해서 살아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을 통해 지구에서 오랫동안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철학적인 질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명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 삶의 의미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양쪽 다 취할 수는 없을까? 우주를 여행하는 동시에 지구에서도 자연과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실험을 통해 지구를 더욱 소중히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는 없을까? 식민지를 침략하여 문명을 파괴하고 황폐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없을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인류 및 인류가 만들어낸 놀라운 문화적 성취를 보존하는 한편, 인간 정수를 이끌어내고 머나먼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희망찬 시대가 될 수는 없을까? (145쪽)

저자의 바람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작은 점이 슬프지 않게, 멀게 느껴지지 않게, 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세계를 말하는 것이라고 느껴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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