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6
강상중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다시 읽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오래전에 재밌게 읽었지만 뭔가 지치는 느낌도 없지 않아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한눈팔기』를 읽게 되었고 주인공의 성격이 짜증이 나서 나쓰메 소세키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그리고 책장에 있는 『도련님』과『그 후』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와 맞지 않는 작가를 나름대로 인정하고 나니 좀 아쉽긴 해도 후련한 감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판단과 취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을 읽고 경험했고, 개인적인 취향은 지향하되 경솔한 편견은 씌우지 않고 좀 더 포괄적인 시선을 두기로 다짐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저자가 나쓰메 소세키와 개인적인 공통점을 계기로 빠져든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나와는 공통점이 없으니 저자만의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논문과 연구에 대한 자료는 넘쳐나므로 이 책에서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했다. 자칫 개인적인 애정으로 넘쳐나지 않을까란 우려가 있었는데, 애정을 기본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까지 꼼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제3장으로 나눠서 1장에는『나는 고양이로소이다』2장은『산시로』『그 후』『문』3장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읽은 작품은『나는 고양이로소이다』뿐이라 구경꾼 입장에서 읽지는 않을까란 염려와는 달리 모든 작품 깊숙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1장에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를 더듬더듬 기억하면서 저자의 해석을 보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저자가 강조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다양성을 제대로 체험했다. 내 책장에『그 후』가 있었기 때문에『도련님』을 읽고 바로 읽으려 했으나 저자가 2장에서 소개한 순서대로 읽어보라고 해서 아예 출간 순서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현암사에서 나온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목표로 다음 책은『풀베개』로 정해놓고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세계를 무사히(?) 지나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왜 나쓰메 소세키 작품들이 짜증나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결정해 버린 것일까를 계속 생각했다. 먼저는 주인공들의 성격이었는데 똑 부러지지 못하고 주변 환경에 휘둘리는 모습이 답답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뻔뻔함이(단 두 작품만 읽고 섣부르게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짜증을 가증시켜서 그 외에 것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 것 같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생뚱맞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작품을 읽을 때 꼭 배경지식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나쓰메 소세키로 경험했으므로,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는 작가의(움베르토 에코,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등) 작품들의 배경지식을 알고 읽어야겠단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대 되는 건 작품 속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낸 유머다. 익히 알려진 대로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으로 국비 유학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경험한 서양문물과 인종차별,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때론 우스꽝스럽게, 때론 날카롭게 작품 속에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양문명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없었기 때문에 때론 부정적이고 비극적으로 그려지는 인물과 현실의 괴리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죽음에 대한 충동, 삶의 어려움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각오, 자신이 경험한 시대의 혼돈과 자잘한 어려움과 즐거움을 작품으로 녹아내는 열정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마음을 오랫동안 지켜야 할 것이고 실천에 옮기는 수밖에 없다.『도련님』을 읽었으니 이제『풀베개』를 주문해야겠다. 내가 다시 나쓰메 소세키를 읽게 될 줄이야! 이 책이 내게 온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