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김형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늘
그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그간 내가 만나온 그림에 관한 책들은 제한적이었다. 화가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보여주는 그림이거나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어떠한 작품들이 완성되었는지,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접근을
좋아하고 즐겼지만 다른 분야와 연결해서 예술을 보여주는 책을 만나다 보니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했다. 예술과 경제라니. 경제에
관해선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내게 이 책은 흥미와 도전을 동시에 던져주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다섯 가지의 주제와 예술의 연결이 처음엔 어색했다. 투시력, 생명력, 중력과 반중력은 자세히는 몰라도 익숙한 단어였지만
재정의력과 원형력은 입에 잘 감기지도 않을 만큼 낯설었다. 그런 주제에 도대체 어떤 예술 작품들이 얽힐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간 몰랐던 비밀을
알아가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익숙한 경제 효과를 그림을 통해 알려주니 모호했던 게 정리 된 기분이 들었다. 이를테면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그림을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봤었는데 착시효과처럼 착시경제의 일례를 보면서 경제와의 상관관계가 동떨어진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그리트의
그림에선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다. 캔버스에 가려 있는 것, 우리 관습과 익숙함에 가려 있는 바깥의 것을 표현하는 것이 마그리트의 그림이다.
(106쪽)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흥미롭고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그간 익숙하게 봐왔던 그림이나 화가에 대한 해석을 간단명료하면서도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마그리트의 그림이 초현실주의를 표현한 건 알겠는데 왜 그렇게 마음을 끌어당기는지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는 나의
시선조차도 관습과 익숙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그의 작품이 더 신선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평소에 피카소의 그림을 늘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의 작품의 왜 대단한지(개인의 취향을 떠나 나는 이해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에서 입체파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줄 아는 화가로 연결시켜주니 그제야 그의 그림이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경제에
관해 취약한 나로서는 예술로 접근하는 방식을 먼저 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내가 흥미 있는 부분을 재밌게 읽고 나면 저자가 연결시켜주는 경제
논리에 관한 이야기는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저자가 설명하는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하지만(경제에 관해 무지한 나에게는
당연할 수밖에) 어떠한 작품과 경제관념을 연결하려는 의도는 알 것 같았다. 예술과 경제는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고 공통적인 남다른 시각과
통찰력,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 모든 것이 상당히 닮아 있음을 독자에게 알려주려 한 것이다.
내게
경제 용어나 이론들이 생소하듯 이 책에 수록된 예술작품들도 다양했다. 이미 익숙한 작품도 있었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작품들과 완전히 낯선 작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접근이 진부하지 않았다. 익숙함을 뒤집어 예술로 승화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저자도 그런 시선에 충실하고자 했고
그래서 조금 애매하고 어려울 수 있었던 예술과 경제의 조합이 난해하지 않았다. 책 제목처럼 온전히 예술과 경제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고 얽혀 있듯이 큰 주제의 곁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낸다. 웬만한 지식과 통찰력이 아니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읽는 내내 깨닫고 감탄하기도 했다. 덕분에 1차원으로만 바라보던 예술 작품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게 되었고 상상력과
존재하는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시선도 나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한 통찰력이 내 삶에도 적용된다면 앞으로 내가 살아낼 삶이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상상도 해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