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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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진정으로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른 시대, 다른 민족,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 속한 작품에서 우리 자신에게 내재된 감성을 읽도록 하는 것이라고. (중략) 이러한 이유로, 문학을 읽음으로써 특정 시기의 특정 경험을 되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기의 보다 더 많은 경험을 되살릴 수도 있다. 게다가 하나의 독서가 다른 많은 독서를 불러올 수도 있고, 과거 독서에 담긴 갖가지 체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때 독서는 다른 세계를 탄생시킬 수도 있고, 다른 인생의 길을 낳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상상력의 길이이다. (84쪽)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글이 맘에 들기 시작하더니 이 문장을 만나고부터 저자의 팬이 되기로 다짐했다. 위화 작가는 나에게 조금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중국 현대 작가가 낯선 나에게『4월 3일 사건』이란 소설집으로 그를 알게 되었지만 다른 작품을 더 읽어봐야 위치가 잡힐 것 같은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더 알고 싶어 몇 권의 소설을 구비하고 있었지만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저자를 떠올리고 좋아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만큼 작품과 독자와의 만남, 그리고 시기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좋아하게 될 작가는 어떤 식으로든 와 닿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부제가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이라고 되어 있어서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겪은 격변의 중국’의 이야기가 결코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돌파구 없이 과거를 늘어놓지 않아서 좋았다. 국민으로서의 자각, 작가로서의 깨어있음, 소시민으로서의 소신이 저자에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독서 일기를 통해 문학으로 깊이 파고드는데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세련되게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만족감을 끌어냈다. 그 만족감이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거리감보다 독서 경험을 나누는, 같은 취미를 가진 친근한 이웃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서점을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른다. 문학적 스승이라 칭하는 윌리엄 포크너를 비롯해서 하 진, 바진, 이언 매큐언, 알렉상드르 뒤마 등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져 열심히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 진의『멋진 추락』을 읽고 반해 다른 책을 구입해둔 게 다행이었고, 선물 받은 윌리엄 포크너의 책이 책장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디선가 입소문을 듣고 바진의『차가운 밤』또한 소장하고 있는 게 기뻤다. 번역가의 이름만 보고 알렉상드르 뒤마의『삼총사』또한 오래전에 구입한 게 안심이 되었지만『체실 비치에서』를 읽고 암울해서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마음에 조금 걸렸다. 하지만 그 암울이란 게 서사의 구조가 경계와 양쪽 방향으로 모두 향해있어(예를 들면 예리함과 따뜻함, 공포와 안도감 등) 혼란스러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후련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언 매큐언을 보류하더라도 저자가 언급한 작가들의 작품이 읽고 싶어 달뜬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벨린스키가 지적한 것은 사람의 내심內心이다. 그곳은 사생활을 봉인해두는 곳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이다. (113쪽)


 

  이런 문장 앞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어지러워지는 내 마음 속을 핍박하지 않고 안도하게 되었으니 수많은 문학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는 그렇게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기간의 이야기가 아닌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나라의 저명한 작가들과의 만남, 그에 얽힌 일화와 함께 소소한 그의 일상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묘미였다. 축구와 미국 프로농구에 대한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사람 위화를, 아들 앞에선 다정한 아빠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이 나의 창작이다.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해, 정치, 역사, 경제, 사회, 체육, 문화, 감정, 욕망, 사생활 등등을 거치고, 그런 뒤 다시 중국인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55쪽)


 

  즉 저자의 창작에는 중국을 보여주는 듯한 수많은 대상이 있기도 하고 그 안에 자리한 단 한사람, 저자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그들의 일상이 좋았나보다. 이 책을 읽자마자 저자의 다른 에세이를 꺼내 읽을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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