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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문득문득 싱글일 때,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며 직장을 다닐 때가 생각난다. 워킹맘인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약속장소로 나가면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을 볼 때, 아이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순식간에 서울을 오갈 때면 싱글일 때도 이랬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더니 결혼하고 나니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서 좋은데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나 싶다. 내 머릿속은 온통 아이들, 남편, 밥, 집안일 등등 그런 생각으로 꽉 차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꿈꾸며 살았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난하게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마스다 미리의 경험이 녹아든 직장생활 이야기 때문이다. 10년 전의 직장생활 이야기라고 하지만 타국이라는 배경의 다름을 배제하더라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놀라웠다. 남, 여직원의 차이도 그러했고 여자들만의 세계도(그나마 비교적 사이가 좋은 직원들 이야기라서 뭔가 안도했다. 응?) 딱 꼬집어서 말할순 없는데 뭔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직장 내에서 동선도 짧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소소하게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좀 더 너그럽고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쉽고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직장생활도 떠올려보고 싱글일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시간은 나름 좋았다. 직장 속에서의 저자도 보여 지지만 직장 밖에서의 나, 집에서의 나의 모습도 담겨있어 거기에 내 보습을 많이 대입해 봤던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허황된 연애를 꿈꾸기도 하고, 뭔가를 배워서 성취하는 상상, 직장 내에서 입지가 굳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했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라서 아득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잠시나마 그런 생활을 했던 나를 떠올릴 수 있어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저자의 직장생활이 세세하게 녹아들어 있지만 그 안에 현실적인 이야기는 물론 유머가 있어서 마음이 더 편안했다. 직장 내에 특이한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을 등장시키고 여직원들끼리 뒷담화도 하고 그런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다. 국적과 정서의 다름을 떠나 비슷한 환경에 나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위로 같은 거랄까? 저자의 경험과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더불어 나를 반추해보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건 하지 않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든지 주어진 시간과 일에 최선을 다할 때 후회가 없다는 좀 뻔한 깨달음이었다. 24시간은 누구에게 똑같이 주어지는데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지는 걸 집에 있는 나도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날씨를 핑계 삼아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차 한잔 마시고 오는 외출만 해도 일상의 질이 달라짐을 피부로 느끼니 당장 시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