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의 우주 - 질병부터 성격까지 좌우하는 미생물의 힘 테드북스 TED Books 4
롭 나이트.브랜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잠든 아이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쩜 저렇게 나를 안 닮아서 예쁜지(으응?), 어떻게 저런 아이가 내 뱃속에 있었는지 신기하고 신기하다. 처음엔 아주 작았는데 뱃속에서 자라서 때가 되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내가 이 아이를 낳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두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이라 제왕절개를 해서 진통의 고통도, 바로 아이를 안아보는 기쁨도 못 누리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만나서 그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의 피부의 미생물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아이 이야기를 하다 뜬금없이 웬 미생물 얘기냐 하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의 몸에 이렇게 많은 미생물이 사는지 나 역시 전혀 몰랐다.


 

  임신했을 때는 내 몸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는데 출산을 하고 나면 신비감은 사라지고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병이 든 건 아닌지 노심초사해지는 일이 많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쓸데없는 없는 걱정이긴 한데 내 몸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스레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출산은 없다고 생각하니 내 몸이 죽음을 향해 간다는 생각만 자꾸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 몸에 대한 소중함보다 당연하고 익숙한 나를 만나는 거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고 생각한 적도 없었던 미생물이란 존재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여름마다 모기가 나만 물어 대서 내 피가 맛있어서 그러나보다 했더니 피부의 미생물 때문이라는 것도, 미생물을 변화시키는 식단을 바꿔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것과 성격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게 미생물 때문이라고 하면 여전히 믿기지 않는데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자의 말마따나 ‘미생물은 인간의 의미를 재정비’하고 있는 셈이었다. 우리 몸속에는 약 1.3 킬로그램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인간 유전자는 2만 개지만 대략 200만에서 2000만 개의 미생물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하니 ‘유전자로 치면 우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99퍼센트 이상 미생물인 셈’이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출발 된 미생물 이야기는 많은 연구로 인해 정확히 드러난 것도 있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한 것들도 있고 이제 시작에 불과한 연구를 드러내는 이야기도 있다. 과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면 앞으로 우리 몸속 미생물들이 이끌어 낼 무궁무진한 일들에 기대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 이면엔 부작용도 있을 테지만 발전과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거란 희망을 가지면서 아직 닥치지 않은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구입한 육아에 관한 책에서도, 그리고 이 책에서도 항생제의 내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는데 약 처방을 받을 때 좀 더 세심한 상담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항생제를 쓰더라도 끝까지 쓰지 않았을 때 오히려 균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약을 먹다 증상이 나아지면 약을 바로 끊어 버렸던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서였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기에 자연분만으로 난 아이와 미생물이 다르다는 사실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은 환경에서도 개인마다 완전히 다른 미생물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앞으로 커나갈 아이들의 음식과 환경 등등의 중요함을 느꼈다.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을 갖기로 했고 그건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깊이 읽으면 읽을수록 제한적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저자도 이 분야가 만만치 않으며 갑자기 희망적인 의료 소식이 들려온다면 미생물총 유전자의 복잡성을 상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미생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당장 바뀌는 건 없겠지만 좀 더 흥미롭게 내 몸을 바라보게 되었고 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고마움을 느껴 내 몸이 좀 더 친숙해진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