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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창성이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다름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좀 더 특출난 무언가를 지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독창성과 거리가 먼, 그나마 시키는 것만 겨우겨우 할 줄 아는 나에겐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들린다는 뜻이다. 독창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내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알 수 없기에 이 책을 마주하고도 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독창적인 사람이 되는지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관심을 기울였을 테지만 독창성이 현재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가늠할 수 없기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일터와 학교, 지역사회를 개선할 참신한 아이디어 한두 개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에 옮기기는 주저한다. (38쪽)
이 책에는 흥미롭고 관심을 끌고 짜릿하기까지 한 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그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방법을 시도하면 좀 더 독창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 방법을 실천할 구실도, 용기도 없다는 게 함정이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장해가는 사람들을 보면 모든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겨낸 성공한 사람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사람들도 한 꺼풀 벗겨내면 두려움과 우유부단함과 회의감에 시달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어쨌든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기고,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후회를 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독창적인 사람들이 어떠한 시도를 하기 전에 자신의 아이디어에 관한 긍정 오류를 범하기 위해 타인과 나누고, 부정적인 시선으로(삐딱한 시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정적인 시선)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추측해보고, 특정 분야에서 지식만 쌓다 존재하는 지식의 포로가 되지 않게 하고, 때론 처참하더라도 동료 집단에게 평가를 부탁하는 등 진심을 다해 부딪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험이 많은 분야에서의 직관의 정확함과 철저한 분석을 통한 비전문가의 판단도 따라야 할 때가 있지만 마음속에 두려운 생각이 들 때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해결해 나갈 때에 성공 확률이 더 많다는 사실도 말이다. 때론 실패를 야기하기도 하고 동료들의 외면과 오랜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고 그런 시도를 끊임없이 해나가는 사람들이 멋있다는 느낌 이면에 약간 위축되는 것도 없지 않았다.
모두가 노력하고 성공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실수와 오류를 범해 그에 따른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흡수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독창성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시키고 실현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때론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게 하는 훈련을 종종 하는 것만으로도(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나 역시 동의한다) 뻔한 오류에 빠지지 않겠다는 어느 정도의 안도감이 들었다. 창의력을 키운 사람들이 어떻게 독창성 있는 사람들이 되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해왔고 해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자신의 내면의 벽을 조금씩 깨부술 수 있어야 한다.
고개만 끄덕이고 책을 덮고 나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나는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지닌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불만이 아니라 적어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던 괜찮을 생각들이라도 정리해 볼 생각이다.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곳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일깨우고, 그 일들이 실현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조언을 구하는 일. 그 일을 실천한다고 해서 명사적 의미의 ‘오리지널’한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 자신을 먼저 설득시키고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