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브루클린 - 사소한 변화로 아름다운 일상을 가꾸는 삶의 지혜
정재은 지음 / 앨리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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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실 창문 한쪽을 가리고 있던 책장을 다른 방으로 옮겼다. 그 자리에 아이 장난감 서랍장이 다시 들어찼지만 긴 책장을 치우자 집안이 훨씬 밝아진 것을 느꼈다. 특히 낮에는 햇볕이 잘 들어와 남향집이라는 걸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진작 책장을 치우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들 정도로 밝아진 집을 보고 있자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말끔해진 거실을 보면서 여유롭진 않지만 이렇게 유유자적 집이나 정리하면서 책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큼함이라곤 하나도 없는 집이지만 내 맘대로 집도 좀 꾸며보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살고 싶은 욕망.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마음의 도피 같은 소망이 아닌가 싶다.


 

  낯선 땅에서 살 자신은 없지만 저자의 뉴욕 생활을 보고 있으면 따스한 봄 햇살처럼 뭔가 마음이 상쾌해진다. 마음속의 주름까지 쫙 펴지는 발랄함과 좌충우돌하면서 익혀가는 뉴욕 생활이 조금은 부러웠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미국에서만 살아온 남자와 결혼해 낯선 땅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을 텐데 그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까지 찾게 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잘은 모르겠지만 순간이나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늘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는 생활. 현실적으론 어려움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그런 삶을 살아봤으면 하는 부러움이 있었다.


 

  결혼생활과 일, 그리고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일상들이 참 소박했다. 시장에 가서 제철인 과일을 사와 요리하고 자신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소소함. 문화의 다름을 조금은 툴툴거리듯 털어놓는 것까지 장소만 달랐지 사람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음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알차게 채워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새롭게 발견한 음식 재료나 레시피를 소개할 때면 나도 느긋하게 따라해 봤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재주도 없고 무엇보다 재료들이 허락하지 않음에 조금은 아쉬웠던 기억도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는 나중에, 좀 더 넓은 집에서 혹은 여유가 되면 하자고 못 박지만 나중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려야만 후회도 없으며, 그 나중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박한 저자의 일상을 보면서 그 사실을 가장 많이 느끼고 공감했던 것 같다. 결과에 상관없이 소소한 것 한 가지라도 도전해보고 조금은 알찬 삶을 일궈나가는 것. 비록 낯선 땅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고 그간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없이 그리워지더라도 그런 꿋꿋함과 느긋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씩씩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가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저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조금은 부러워서 질투어린 시선으로 읽어 나갔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타인의 여유를 본보기 삼아 나의 여유를 만들면서 나와는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따라 충실하고 보람되게 살아갈 때 그 삶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도움닫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나만의 일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자, 이제 뭐부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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