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우식당 - 그곳은 우리를 눈 감게 만든다. 그는 분명, 특이한 사람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장진우 지음 / 8.0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동안 언젠가 꿈꿨던 나만의 가게(?) 같은 공간이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고,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책보면서 차 마시는 수수한 공간을 내 보고 싶단 생각이 늘 있었다. 딱딱한 의자들이 있는 그런 공간 말고 게으른 내가 책을 봐도 편안한 공간이면 좋겠단 생각이 들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누워서 책을 보거나 1인용 독서의자를 막 갖다 놓을까란 이런 저런 상상을 참 많이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원 테이블로 꾸미면 좋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테이블이 하나인 식당. 그런 식당이 실제로 있고 사람들이 즐겁게 밥을 먹으니 책상 하나에 모여서 책 보고 공부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식당 주인이 쓴 에세이. 당연히 식당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운영, 그리고 그 안의 에피소드들이 단골 메뉴다. 중간중간 레시피도 들어있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일들이 있었다며 알리는 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되어지지 않을 만큼 재밌게, 그리고 진심으로 이 책을 대했던 건 저자의 마음가짐이었다. 자신의 과거 이력이 어떻든 간에 그런 것 내세우지 않고 현재 식당 주인으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직원들을 정말 내 사람같이 대해 주는 것.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기뻐하고, 아이디어가 있는데 실현을 못 시키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도 하고 도와주는 사람. 자신의 경험을 발휘하고 재능을 타인에게 나눠주는 진국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만약이지만 내가 가게를 내게 된다면 저자의 창업스쿨을 통해 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의 큼지막한 책상과 그 외의 책 볼 공간, 차 마실 공간, 토의할 공간까지 만들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있다 갔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머리에 그려진 것이다. 그게 구체성을 띠어 현실이 되면 좋겠지만 꼭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그런 만남이었다.

  저자는 음식은 단순한 맛이 아닌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의 경험이 없으면 자신이 연 가게에 적용시키지 못하고 결국은 망하게 되는 그런 경험. 그걸 모르지는 않는데 그런 경험을 집어넣는 다는 게 어렵다. 나만의 세계로 예술성만 내세울 수 없고, 대중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세하고 꼼꼼해야 나만의 공간에 타인을 들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공간을 열어도 마음에 맞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도 쿨하게 인정해 버릴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가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중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과의 추억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게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편하게 드러냈을지라도 편하게 느껴지지 않은 유명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저자는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과거가 현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편견으로 볼 수 있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정도로 진심이 뭔지, 정성이 뭔지 아는 사람 같았다. 그런 감정을 널리 퍼트리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고 나 역시 그런 공간이 내 주위에 많아 졌으면 싶었다. 그런 공간의 따뜻함이 서서히 퍼져서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내게도 닿길 바라는 마음. 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가졌던 바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