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희망이 있다면
김경희 지음 / 호이테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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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일을 할 거냐는 질문을 슬슬 받고 있는 요즘이다. 한참 직장에 다닐 때 나의 꿈은 결혼해서 집에 있는 거라고 말할 정도로 조직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렇게 직장을 관두고 관련된 일자리가 아예 없는 고향으로 내려와 보니 경단녀라는 말을 쓰기가 무색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외벌이라 생활은 빠듯하지만 나름대로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책도 보고 리뷰도 쓰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냥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면 글쎄라는 의문이 붙을 정도로 나의 미래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언니네 집에서 10년을 얹혀살다 겨우 독립했는데 2년을 직장 다니다 결혼하고 다시 언니네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다. 2년을 아주 에둘러서 온 셈인데 늘 맞벌이인 언니네를 보면서 나는 다음에 맞벌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아이가 넷인 언니네는 둘이 벌지 않으면 빠듯하다. 둘째가 돌 지나고부터 직장생활을 한 언니는 늘 귀가가 늦다. 그렇다보니 형부가 아이들을 대부분 돌봤고 엄마의 빈자리가 있는 만큼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었다. 늘 언니를 보면 조카들을 대하는 게 너그럽고 관대하고 시야가 넓어졌으며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느끼지만 어린 조카들이 한참 엄마 손을 그리워할 때를 기억하기에 나는 맞벌이가 두려웠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결혼하고 7년이 지나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막상 사회생활을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두렵거나 어려움이 덜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용기 내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미스코리아 광주⦁전남 진에 뽑혔던 경력도 있던 저자가 신부들의 드레스 피팅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습지도 하면서 가졌을 생각을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대회에도 나갔었는데 이젠 아이 엄마가 되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드레스 자락을 잡고 있었을 때의 눈물겨움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나라면 집에서 전전긍긍하고만 있었지 그런 아르바이트를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일단 뭐든지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사실이었다. 저자 또한 시부모님을 모시고 빠듯한 남편 월급에만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을 땐 지금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을 때 자신이 늘 상상하던 일에 노력을 더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을 본 이상 그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등록금은커녕 애 엄마에다 살림만 하는 사람이 대학원을 간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환영해 줄까? 주변에서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정작 전공을 살려서 지금의 희망교육센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대학원을 갔고 교수님의 권유와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선택한 것이 그대로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발판이 되어준다면 일단은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저자가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런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듯이 말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타인에게 희망을 주고 강연까지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므로 단순히 주부에서 멋진 커리우먼으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삶을 충실하게 살아낸 여자로서 만족스런 삶아 왔고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는 성공했다라고 외치고만 있었다면 금세 시들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여자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의 모습으로 살아 온 이런저런 모습들을 마치 만나서 수다 떨듯이 담담하게 말하고 있어서 성공보다는 여자의 삶을 더 지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어떤 목표를 위해 무작정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여러 이름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 모습이 있었기에 앞으로의 삶이 기대가 되고 허무함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 공감이 갔다.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빠듯하게 출근해서 퇴근하는 그런 일은 갖고 싶지 않다. 무언가 머릿속에 그려지긴 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므로 무엇이든지 기회가 되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되었으므로 호시탐탐 주어지는 기회에 시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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