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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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로는 요즘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책으로 보이겠지만 6년 전에 출간 된 책이다. 그래서 놀랐다. 어쩜 지금과 같은 팍팍한 시대에 읽어도 변함이 없는지, 왜 이런 충고들이 들어맞도록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는 소리만 들려오는 요즘인지 그런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인 채 지루함 없이 읽었다. 청춘을 위로하는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의 말투는 친절하지 않다. 직설적이고 풍자하는 듯한 문체가 종종 비위를 건드릴지 모르겠으나 헛된 희망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했던 것 같다.


나는 과거라는 시간 속에서 그대의 나이를 경험했고 그대는 미래라는 시간 속에서 나의 나이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현재를 공유하고 있다. 나는 그대보다 젊은 날을 먼저 소멸시켜 버린 늙은이로서 허심탄회하고 솔직담백하게 그대에게 고백하고 싶다. (29쪽)


  <청춘불패>라고 해서 청춘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니다.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아낸, 그것도 팍팍하게 살아낸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인생을 돌아보듯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 부모에 대해, 친구에 대해, 외모에 대해, 자살과 공부 등등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라면 한번쯤 고민했던 주제들을 때로는 어르듯, 때로는 따끔하게 혹은 능청스럽게 이야기한다. 먼저 삶을 살았다고 으스대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인생은 각자에게 달려 있으므로 저자의 이야기를 참고정도만 해도 충분히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 되돌아보게 되고 곱씹어 보게 되는 건 그냥 흘려버리기엔 현실이 너무 삭막해서가 아닌가 싶다.


잔인하다 세월이여. 동서남북 분주하게 이력서를 던졌건만 종무소식.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있다는 속담도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버린 츄잉껌이 되었다. (87쪽)


  이런 문장 앞에서 깊은 공감 혹은 좌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아직 세상으로 타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대가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좀 오글거릴지는 모르겠으나 저런 상황을 당한 사람 앞에서 과연 무어라 위로할 수 있을까. 팍팍한 현실을 빗대어 채찍질을 할 수도 없고, 입에 바른 말들로 희망만 심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직 젊음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미심쩍어도 앞서간 선배들의 충고를 따르는 수밖에. 오글거리게 청춘을 위로하는 책들에 거부감을 가졌으면서도, 이 책은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평했으면서도 결국엔 위로의 글 앞에 긍정과 희망으로 점철시킬 수밖에 없나 보다.


  최근에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풀어쓴 책을 읽었다. 내 안의 공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양심적인 삶을 살라는 주제였는데 이 책 또한 결국엔 바른 길(?)로 인도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런 충고조차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미 자신 안에 있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생각과 달리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그것에 대한 판단은 타인보다는 이미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을 터이고 종종 타인의 한마디가 내면에 변화를 만들듯이 삐뚤어져 있는 나를 고치라는 뜻보다 익숙하고 고정화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책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어떠한 말이든 생각이든 받아들이는 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므로 마음을 한껏 열고 이 책을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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