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보기 좋은 날 - 내 가방 속 아주 특별한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나의 하루의 시작은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를 재운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블로그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블로그에 일상을 올리기도 하고 리뷰를 쓰거나 다른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뭔가 흔적을 남겨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고 주부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 같아서 애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하루의 시작을 얘기한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명화와 일상을 기록해갔던 저자 때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게 글을 쓰고 그림을 보는 것이라고 했듯이 그 둘의 만남은 타인에게도 잔잔함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아는 것은 없다고 늘 말한다. 그것이 자랑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는 건 그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때는 수긍을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반복해서 보지 않으면 작가 이름과 그림 제목은 늘 헷갈리기 일쑤인데 그러다보니 내가 화가 이름과 제목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매일 읽고 싶은 만큼 읽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집중해서 아껴 읽게 되었다. 여전히 화가 이름과 작품명은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들이 매일 매일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을 묻는다면 잘 알지 못했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혼신을 다해 그림을 그렸던 혹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된데서 오는 흥분과 신선함이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와 균형을 맞추었고 그러다보니 지루함이 없었다. 저자의 일상과 그림 이야기가 얽혀 들어가는 구성이 조금 틀에 맞춘 듯 했지만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이 달리 보이는 게 신기했다.


  화가나 모델이 되어 편지를 쓰는 방식도 똑같은 틀의 글 속에서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고 열정적이고 치열한 화가들의 모습에서 경건함도 느꼈다. 예술가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임을 알고 있기에 다른 시대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삶도 반추하게 된다. 이렇게 매일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며, 무언가를 남기지 않더라도 존재할 수 있는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말이다.


  창작물을 생산해 낸다는 경이로움 뒤에는 자신의 재능을 펼쳐내기 위한 인생의 흐름이 다양한 감정으로 이입되었다. 화려함 속에서 살아간 화가들, 고통과 어려움으로 반대로 평안함과 평범함으로 화가의 삶을 살아간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그림을 보면서 항상 다르게 다가오는 감정들에 내 삶을 대입시켜보는 것. 동떨어진 그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내가 절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들이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서 거리감을 좁힌 것 같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삶과 그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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