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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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는 0번을 달고 있지만『십이국기』2권을 읽고 읽으면 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2권에서는 잘못 흘러 들어가 인간세계에서 태어난 기린 다이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이키는 인간세계에서 머물다 갑자기 건너왔음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인간세계에 그는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곳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란 느낌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신이 기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그 사실이 운명처럼 다가와 기린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려는 이야기가 담긴 게 2권이라면, 0권은 봉산에서 실수로 뿔을 잃어버리고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와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교생의 신분으로 모교로 돌아온 히로세의 눈에 이상하게 눈에 띄는 다카사토가 다이키의 인간세계에서의 모습이다. 갑자기 마당에서 사라졌다 일 년 만에 돌아온 다카사토를 주변 사람들은 신이 감춘 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문제는 다카사토가 그렇게 다시 돌아온 뒤부터다. 다카사토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괴롭히면 반드시 보복을 당했다.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 다카사토가 그럴 것 같지 않았지만 그와 연관 된 일들이 너무나 적나라했다. 히로세는 그런 다카사토에게 끌린다. 자신도 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고, 어딘가에 자기가 머무를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낸 터라 다들 기피하는 다카사토에게 마치 자석처럼 이끌리는 것이었다.


  다이키의 존재를 모르고 읽는다면 호러 학원 소설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십이국이 배경이 아닌 현대 일본 고등학교 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카사토를 괴롭히거나 싫은 소리를 하면 보복을 당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듯 같은 반 아이들이 여러 명 죽고 다친 것으로도 모자라 뒤에는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난다. 다카사토 주변에 일어나는 인명피해는 피 비린내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다카사토가 한 짓이 아니다. 히로세의 은인이자 다카사토의 담임선생님인 고토와 히로세가 다카사토의 몸에서 본 이상한 형상. 그 형상들이 그런 짓을 저지른다는 것을, 인간이 기린인 다이키를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하면 충성을 다해 그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었다.


  정작 다카사토는 자신이 사라진 일 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자신의 존재감에 혼란을 느끼고 있지만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히로세 덕분에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도 다카사토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 인간세계에서는 귀신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여인이 다카사토를 애타게 찾고 있다. 다카사토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인간세계에서 더 이상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런 다카사토를 지켜보는 히로세가 너무 동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토는 그런 히로세에게 다카사토와 너는 다르며, 인생은 누구나에게 힘들다는 충고를 하지만 히로세는 여전히 다카사토에게 마음이 뺏겨있다. 다카사토보다 그가 머물렀다는 세계에 더욱 더.


  우여곡절 끝에 봉산에 머물렀던 기억과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낸 다카사토는 연왕이 직접 행차하면서 십이국으로 건너가게 되지만 그런 다카사토의 마지막을 히로세는 고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히로세 자신도 간절히 그 세계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다카사토는 히로세가 있어야 할 세계는 이곳이라며 남으라고 말한다. 히로세에겐 절망스러운 말이지만 그렇게 다카사토는 다이키라는 이름이 있는 세계로 돌아갔다.


  잃어버린 기린인 다이키를 되찾기 위해, 또 그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이야기였다. 다이키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지만 죽음이 너무나 쉬워 이런 희생을 꼭 치러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다카사토란 이름으로 살아간 현실 세계에서 다이키는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였는지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 셈이었다.


  그러면서도 히로세의 남겨짐과 선택되지 못한 자의 괴로움이 잔상으로 남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선택되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운명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삶은 너무나 팍팍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든 간에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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