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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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추억 속을 함께 걷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내가 가장 아꼈던 장난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종이 인형을 잘라서 옷을 바꿔 입히던 일, 동그란 종이 딱지 테두리가 너덜너덜 한데도 잠들기 전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잤던 일, 그리고 미미 같던(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인형이 내게도 생겨서 머리 빗겨주고 감겨주었지만 옷을 살 여유는 없어서 못 쓴 양말 발목을 잘라 원피스로 대충 입혔던 일들이 기억이 났다. 나 역시 장난감을 사줄 형편의 집에서 자란 아이가 아니었고 부모님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른다는 건 사치에 불과했지만 이런 추억이라도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인형을 좋아하지도 않고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뭘 좋아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른다. 내 딸아이도 그런 나의 성향을 닮아서인지 인형을 좋아한다거나(인형이 많지만 사준 건 하나도 없고 죄다 선물 받거나 얻은 것들이지만) 어떤 장난감에 애착을 갖는 건 아닌 것 같다. 나의 어리시절과는 달리 장난감이 풍족한데 이것저것 막 사주는 성향도 아니고 비싼 것들도 많아 있는 걸로 때우고 있는 실정이긴 하다. 아이의 장난감을 가끔 검색하다 보면 수많은 종류와 신기한 것들이 많아 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 안 사주게 되는 것도 있는데 과연 아이는 지금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기억하게 될까?


 

  저자의 어린 시절과 함께 한 장난감들과 역사까지 듣고 보니 애정이 상당하다 싶었다. 그리고 영국 유학 시절의 이야기와 벼룩시장에서 만난 장난감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허투로 잊힐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저렇게 장난감을 모아 본적은 없지만 장난감 하나하나에 추억이 깃들어 있고 관련된 사람들이 떠오른다면 무엇보다 소중할거라는 데서 오는 공감이 있었다. 나에겐 책이 그랬고 오래전 책들을 들춰보면서 책머리의 메모를 보다 보면 추억에 빠지곤 하는데 저자는 장난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전작 <잔>에서처럼 이 책에도 장난감 사진과 저자가 거닐었던 거리들과 그리고 직접 그린 장난감들이 있다. 그와 함께 어우러지는 짤막한 글을 읽고 있으면 향긋한 커피가 생각이 난다. 타인의 경험을 나는 내가 속한 공간에서 묵묵히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지나 온 내 삶을 훑어보기도 하고 내 맘대로 상상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련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존재가 될까? 꼭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로 타인에게 마음 한켠을 내어줄 수 있는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덮고 나서도 예쁜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철저한 취향의 문제로 장난감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이라는 뜻) 저자처럼 장난감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오랜만에 책장의 먼지를 좀 털어내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쌓아두지만 말고 열심히 읽어보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이런 다짐을 할 수 있어서 괜히 마음이 뽀드득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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