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를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아 정독하는 바람에 생애 처음으로 책방에서 빌려봤던 <꽃보다 남자> 시리즈를 오랫동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부터 만화를 거의 보지 않다가 <신과 함께>를 읽고 나서 만화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무난한 만화들은 종종 보는 편인데 이 만화가 괜히 궁금했었다. 유도부 국대 출신인 쿠로사와가 편집부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것인데 면접을 볼 때의 대답이 뭔가 뭉클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읽던 만화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고 해외에 나가서도 만화로 낯선 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며 유도를 관두고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굳게 다짐하던 쿠로사와. 그 부분에서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구절절하게, 지지부진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방구석에서 책만 보는 나와는 너무 달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책이 나를 확 변화시킨 적도 없고, 책을 읽는 시간은 좋아하고 책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내가 인식하지 못할 만큼 서서히 내면의 변화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게 얼마큼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만화로 새로운 힘을 얻고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가는 쿠로사와가 부러웠다.


  편집부의 일을 배우지만 영업도 해보고 만화가들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는 편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일본만의 특수한 문화가 결합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편집자와 저자와의 신뢰,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역시 예술가이지만 그런 자부심과 노력을 꾸준히 유지시킨다는 게 어렵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정말 만화에 빠지지 않고서야 평생을 만화를 위해 바친다는 게 어렵고 힘들다는 사실도 말이다.


또  한 영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책이 밑받침을 해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보았다. 좋은 책이라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마케팅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팔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말 좋은 책이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 그럴싸한 포장을 걷어내니 알맹이는 그럭저럭이었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 없이 책이 스스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시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좋은 만화를 읽히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찡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진심으로 진지해지면 그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쿠로사와가 그렇게 만화 편집부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으니 다음 책에서는 좀 더 독립되고 책임감이 있는 일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만화를 자주 보지 않아서 혹은 네 컷 짜리 간단한 것들을 주로 보다 보니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은 그림들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 안에 일어날 다음 이야기는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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