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캔버스 - 나와 당신과 그 분의 이야기
석용욱 지음 / GTM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첫사랑에게 차인 계기로 교회를 다니게 되었을 때 난감한 게 딱 한 가지 있었다. 교회를 다니고 나니 믿음을 가진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이런 생각이 답답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도저히 안 믿는 사람을 만나서 전도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첫 연애 실패 후 3년이 지나 겨우 연애다운 연애를 한 상대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취미와 맞는 사람을 만났었고 신앙을 가질 생각이 없다는 진지한 말에 서서히 내 마음도 식어갔던 것 같다. 그러다 믿음이 있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얼마 안가 헤어졌었고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믿음도 각각의 색깔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은 점점 확고해져갔다. 믿음이 있는 사람을 만나자, 나와 색깔이 맞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결론에 이르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종종 믿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힘들긴 했지만 결국 믿음이 있는 남편을 만났고 주일에 함께 교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진다. 믿음이 강한 사람은 믿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인내와 전도할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럴만한 용기도 배짱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구구절절 보잘 것 없는 연애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신앙이 다르거나 동일한 신앙을 가질 기미가 없는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역시 신앙을 가질 생각이 없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던 터라 책 속의 글들에 공감이 갔었다. 마음이란 게 절대 생각처럼 움직여 지지 않기에 내 맘이 나도 모르게 흐르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흐를 때 정말 괴로웠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다독이고자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쇼핑도 해보던 나를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지배하려고하고 다스리려 할 때, 소유하고 싶고 집착하고 싶을 때, 그 때 당신의 사랑은 상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131쪽)


  믿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 내 신앙을 강요할 때 이미 내 사랑이 상해가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끝을 보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금 이 문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시나 내 사랑은 어리석게도 많이 상해버렸음을 깨닫는다. 신앙이 같고 그런 신앙 안에서 살아가면 뭔가 더 경건하고 마음이 여유로울 것 같지만 끊임없이 올라오는 나의 성정과 인간의 본심을 누르지 않으면 남편에게, 아이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는 책이다. 또한 나의 연애사와 이 책에 대한 생각들이 한정적이고 개인적임을 고배하는 바이다. 저자의 그림과 짤막한 글이 함께 실려 있지만 대중적인 공감이라기보다는 소소한 내면을 들여다보듯 개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부분이 더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종교가 다른 사람과 연애할 때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더 많아서 내가 힘들어 했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지만 마치 일기를 보듯 때론 절망하고 흔들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주님께 의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장 큰 적은 역시나 내 자신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209쪽)


   사랑이 그렇듯, 언제나 다짐하지 않으면 쉽게 잊히고 변질되고 마음대로 하기 십상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러할진대, 믿음으로 만나야 하는 주님과의 사랑은 오죽할까. 이렇게 못나고 변덕스러운 나를 항상 사랑해주시고 늘 곁에 있어주시지만 나는 그런 일관적인 사랑을 고백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부끄러울 때가 참 많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우리가 현재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끈임 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든, 주님께든 사랑고백을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사랑이 편협하지 않도록. 일방적인 사랑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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