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은 오늘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얼음을 넣은 음료를 들이켜도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진다. 밤에는 열대야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도 없다. 이럴 땐 살갗이라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장르소설이 최고인 것 같다. 여름에 읽으면 좋을 장르소설을 소개해 볼까 한다.


 


1.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고 그래서 나도 읽어보마 하고 2009년에 펼쳤던 책이다. 순식간에 읽어 버릴 만큼 흡인력 있었지만 여전히 2권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29살의 미혼인 내가 이 책을 읽을 땐 너무 무서웠다. 소설 속의 피해자가 나와 비슷한 연령대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음에도 장르소설을 읽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고 완성도도 뛰어나고 흡인력도 갖추고 있어서 여름에 읽으면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 더워서 열어 놓은 현관문을 용기내서 닫고 와야 할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면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또한 같은 저자의 <화차>도 추천하고 싶다. 알 수 없는 인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그 스릴과 긴장감이 정말 최고였던 작품이었다.



 

 

 


 

2.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 칼렙 카



장르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아무런 기대 없이 읽었고 뛰어난 완성도에 감탄을 자아냈었다. 이런 소설을 많이 안 읽어봐서 감탄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미세한 부부에서부터 사건을 추적해가는 주인공의 끈기와 인내, 인간을 향한 애잔함이 강렬함으로 남아 있는 소설이었다.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을 처참히 살해하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살인자를 쫓기에는 당시의 상황들이 좋지 못했다. 19세기말 맨해튼이 배경이었으니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자리 잡고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당시의 대통령 루즈벨트는 친구인 뉴욕 타임스 기자와 정신과 의사 등 독특하게 팀을 꾸려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단서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지붕을 타고 내려왔던 끈의 성분을 분석하면서 살인자를 찾아갔던 부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3.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 오츠 이치


 

 


 

정말 어두운 고딕 소설을 원한다면 저자의 <zoo>를 추천하지만 나처럼 장르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zoo>는 첫 단편부터 피가 튀는 강렬함이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서정적인 고딕 소설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작품은 서정적일 정도다. 저자가 17살 때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으스스한 기묘감이 뛰어나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더 으스스했던 소설이었다. 제목에도 여름이 들어가 있으니 지금처럼 무더울 때 한번쯤 읽어봄직한 소설이다.


 

 


 


4. 모래 그릇 - 마스모토 세이초



저자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내가 처음 만난 작품은 이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책들에 비하면 스릴감이나 흡인력이 밋밋해서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나 완성도만큼은 높이 사고 싶은 소설이다. 역시나 살인사건이 발단이 되었고 그 사건을 추적해 가는데 소설의 배경이 1960년대다. 역시나 추적자의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고 철저히 과정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나라면 절대 이 책 속의 형사처럼 끈기 있게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들과 얽혀 결국은 씁쓸한 소설이 되고 말았지만 문학적인 힘과 서정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 장르소설을 발견한 것 같아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5. 십이국기 시리즈 - 오노 후유미



 장르소설은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이후에 처음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읽었던 <퇴마록>은 내 유년시절을 지배했을 만큼 강렬했다. 어딘가 그런 세계가 존재할 것 같고 주인공들의 영원을 빌었던 소설! 그랬기에 섣부르게 장편 장르소설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의 시리즈에 서서히 빠져드는 것 같다. 이 책은 오래전 국내에 출간이 되었을 만큼 자국에서의 열풍을 타고 국내에 건너온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고 다시 재출간 되었으니 그만큼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제목 그대로 십이국에 관한 이야기이고 특이한 점은 각 권마다 에피소드가 다르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나라 만큼 등장인물도 배경도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 새로운 나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라의 이름이나 구성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과 괴수의 모습이 낯설고 조금은 지난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머릿속으로 열심히 자신만의 십이국을 완성해가며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1권의 시작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여고생이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에 의해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이야기다. 현재 0권 부터 4권까지 출간됐다.


 

 

 


장르소설의 마니아가 아니라서 많은 책을 읽은 것도, 남들이 말하는 최고의 책을 읽은 것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에 의한 추천일 뿐이다. 순수문학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낯선 소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장르소설들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다고 느꼈던 작품을 추천한 것이니 제목에 낚였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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