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반전이 있는 결말 때문인지 소설의 끝장을 덮은 지 오래 되었음에도 아직도 멍한 기운이 남아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결말이 궁금해 순식간에 읽어버렸고, 소설의 후반부에 모든 이야기가 완성되고 집약되다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주어서 이 소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새벽녘에 책장을 덮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이야기처럼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소설을 많이는 아니지만 종종 읽어왔기에 약간은 뻔한 결말을 상상하고 있었다. 나의 예상을 제대로 깼지만 얽히고설킨 인간사에 대한 회의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군가 나를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지하 철창에 가두고 음식도 덮을 거리도 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고통스러울까? 브누아 경감은 도움이 필요했던 리디아란 여자의 집에서 술을 마신 기억 뿐, 왜 리디아가 자신을 가두고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떠한 실마리도 주지 않은 채 리디아는 브누아 경감에게 죄를 고백하라고 하고, 브누아 경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갇힌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자존심을 드러내다 음식 앞에 꺾이고 상대가 긁어대는 상처에 감정이 오락가락 하면서 그렇게 100페이지 정도를 지지부진하게 이끌어 갔다. 독자로서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에 그런 실랑이에 짜증이 났다. 리디아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브누아 경감을 가둔 것 같았고, 브누아 경감을 온전히 동정하기에 그의 사생활이 그다지 단정치 못하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브누아 경감이 실종되자 그가 근무했던 경찰서에서 전담반을 꾸려 그를 찾고 있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어떠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집을 수색하면서 사생활에 접근을 해봤지만 기혼임에도 여자관계가 복잡했다는 것만 드러날 뿐 사건에 관련된 것은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리디아는 지하 감옥에서 브누아 경감과 끊임없이 잔인한 줄다리기를 했고 그녀가 그런 이유가 15년 전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살해한 사람이 브누아 경감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쌍둥이 여동생의 소지품이 브누아 경감의 집에서 발견되었고, 익명으로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린 이가 있었다. 브누아 경감은 절대 살인을 하지 않았으며 사건이 일어난 당일 다른 곳에 있었고, 그 증거물이 집에 있다고 말하지만 리디아는 믿지 않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쌍둥이 자매가 늘 자신과 함께 있다고 믿는 그녀의 마음을 쉽게 돌린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소설의 소재만 보자면 그다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라고 할 수가 없었다. 경찰을 납치하고 감금, 폭행, 고문, 욕설이 낭자했고 동정심을 유발하기엔 브누아 경감의 사생활이 그다지 깨끗하지 못했다는 게 계속 걸렸다. 여자관계가 조금 복잡하다고 그가 그런 처우를 받아도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데도 리디아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그의 실종사건으로 그의 부인과 서장의 사생활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정작 브누아 경감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 밑바닥에는 브누아 경감의 문란한 사생활이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삐뚤어진 복수심을 가진 이가 리디아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리디아의 쌍둥이 자매가 살해 된 사건과 브누아 경감이 잠깐 즐기다 차 버린 여대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바람에 그 모든 일들이 얽혀 버렸다는 게 드러난다.

 

브누아 경감이 쌍둥이 자매를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물을 발견하고 리디아는 그를 풀어주려고 한 순간 불행이 닥쳐 그는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체모를 사람이 그곳에 오지만 브누아 경감을 꺼내주기는커녕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란 메시지와 이 책의 제목처럼 브누아 경감은 왜 자신이 그런 상황에 빠졌는지 결코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뒤늦게 그를 찾은 그의 동료들도 이상한 그 메시지를 발견하지만 그들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어렵겠단 생각이 들면서 브누아 경감이 맞이한 처절함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브누아 경감과 리디아의 신경전이 길어져 초반에는 짜증이 날 정도로 지난했지만 흡인력과 뒤에 드러나는 모든 이유들과 반전을 꿰한 결말은 독특하다고 말하고 싶다. 자주 목격했듯이 이러한 소설이 한 사람에게라도 해피엔딩을 안겨 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작가는 독자의 그런 뻔한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매몰차고 비극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 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그런 결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갱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등장인물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란 생각과 함께 책 제목이 다시 한 번 섬뜩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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