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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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외출 복장은 레깅스와 긴 니트 티셔츠, 주황색 파카 그리고 어그 부츠 차림이다. 올 겨울 내내 그런 복장이었고 머리는 반으로 접어서 대충 묶고 스킨 로션에 립 밤을 바르는 게 전부다. 아줌마다 되고부터, 아니 애 엄마가 되고부터는 복장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애 엄마가 되더라도 임신 중이 아닐 때는 그럭저럭 나름 신경을 쓰곤 했는데 둘째를 가지고 내 몸이 무거워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대충 걸치고 밖을 나서게 되었다. 그 뿐이랴. 어쩔 때는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에 파카만 걸치고 나갈 때가 허다하다. 귀차니즘에서 비롯된 복장이지만 무릎 위 스커트, 민소매와 이별을 한다는 책 속의 40대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70세, 엄마는 69세, 그리고 독신인 딸은 40세인 사와무라 씨 댁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다. 이제 결혼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나지만 45년이나 결혼 생활을 유지한 부부의 모습과 마흔 살까지 솔로인 딸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내 모습을 대입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과 나도 평범하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란 생각부터 솔로일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었을 때의 내 모습을 외동딸인 히토미 씨를 보며 많은 공감을 했다.

이동 시간을 인생으로 치지 않아……. 그 긴 장갑이야말로 경계선이 아닐까? 젊은이와의. (45쪽)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조금 어리고 직장을 다닐 때 내 모습은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했고, 젊고 솔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복장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감행했던 복장들과 나 역시 많은 이별을 했고 이동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게 나이 탓인지 아줌마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 내 삶을 소중히 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더군다나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니 더욱 더 내 삶에 대한 집중력과 관심이 생기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엄마, 다시 태어나도 또 아빠랑 결혼하고 싶어? (128쪽)

  남편과 아직 3년도 같이 못 살아봤으면서도 굳이 대답을 하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단호한 ‘NO’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 본 경험으로 남편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한다면 심히 고민하는 척(?) 하겠지만, 남편과 티격태격 하며 살아갈 땐 그런 생각이 강하다가 괜히 멀찍이서 쳐다보고 있으면 짠한 생각이 들면서 내가 저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사랑스런 내 아이도 못 만났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편과 좀 더 오래 살다 보면 이 사람이 내 운명이다란 생각과 함께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단 말이 나올지 모르겠으나(여기서 남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ㅋ) 현재는 덜 살아서인지 아직 확고한 생각이 들지 않는 이기적인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공간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굳이 바람을 보태본다면 외벌이다 보니 살림살이가 좀 더 넉넉했으면 하는 것뿐이다. 우리 가족이 다 건강하고 나름대로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지금보다 더 큰 집, 좋은 차, 여유 있는 생활에 대한 강렬한 갈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길에서 우연히 만나 수다 떨 사람이 있다는 행복. 나한테 ’이곳이 아닌 어딘가‘는 필요없어~ (105쪽)’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나아지겠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와무라 씨 댁의 일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에 긍정적인 면을 본 것이다. 소소한 부부의 일상, 독신인 딸이 느끼는 것,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났을 때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어쩔 땐 정서적으로 낯설 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현재 내 삶에 많은 부분을 대입해 볼 수 있어서 많은 생각을 끌어내며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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