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라이프 - 나의 희망, 기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
석은옥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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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23개월 된 아이에게 기도하며 자자고 하면 고사리 손으로 기도손을 만든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지만 짧은 기도 시간도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잘대는 아이를 보며 언젠가는 스스로 기도하는 날이 오겠지 한다. 아멘을 따라하게 한 뒤 그때부터 아이를 재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쉽게 잠들지 않고 어둠 속에서 말썽을 부리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며 심지어 혼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한 시간이 넘어가면 만삭인 몸이라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이에게 궁뎅이 팡팡을 하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이를 사랑으로 대하고 있지 않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땐 아이에게 관대해지곤 하는데 늘 오락가락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결혼하기 6개월 전에 읽었으면서도 아이 교육에 관한 부분을 보면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아이를 빨리 갖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고 나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남편을 백악관 정책차관보까지 만들고 그 모든 뒷바라지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결혼해서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저자의 결혼은 시작부터 특별했기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을지 모르나 결혼식에서 하게 되는 서약, 아플 때나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항상 곁에 있어주겠다던 다짐을 살아보니 지키기가 참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힘이 들면 남편 탓을 하고 환경 탓을 하는 내가 다시 한 번 저자의 삶을 살펴보니 참 부끄러운 게 많았다.

  시각장애인 남편 뒷바라지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가난한 몸으로 미국까지 건너가 남편을 대단한 사람까지 만든 것도 모자라 자녀 교육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 모든 바탕에는 신앙이 있었고 철저하게 믿음으로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아이들을 키워나갔다. 그 모든 일을 감당하면서도 ‘행복은 내가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주어진 모든 상황을 감사로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155쪽)’며 모든 것을 자신을 향상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 실천하려고 하면 얼마나 어려운지. 나또한 신앙을 가지고 있고 신앙을 가진 남편을 만나 신앙으로 세워진 가정을 꾸리려고 다짐했으면서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느낄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저자의 자녀 교육법, 남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분명 믿음으로 가능한 건데 왜 나에게는 멀게 만 느껴지는지 괜한 신세한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결코 아이들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106쪽)

  힘이 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깨닫는다. 사람에게 위로 받기 바라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낮아지고 무릎 꿇어 기도할 때 큰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님을 나의 구주로 품고 살아간다고 고백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늘 일치되지 못한 삶을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나를 보면서 위선적이며 믿음이 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늘 기도가 부족한 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비단 앞으로 커 나갈 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내 남편, 믿지 않는 내 가족, 그리고 전혀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하는 중보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구절이다. 기도할 때 내 스스로가 빗나가지 않을 것이며 내가 기도하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늘 게으름에 빠져 있는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 책을 읽어가다 자칫 생각을 조금만 잘못하면 힘든 과정 속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낸 아내이자 엄마의 신앙 고백이 아닌 자랑으로 여기고 질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저히 믿음으로 이뤄진 고백으로 들으면 배울점이 참 많으며 대단하다고 감탄사를 내 뱉을 수밖에 없다. 나는 저자처럼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지만 앞으로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내 가족이 되어주어서 고맙다는 고백을 자주 하는 아내이자 엄마가 되려고 한다. 직접 하려고하면 낯간지럽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한 이때에 고백을 미루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가 얼마나 귀한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고,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피부로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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