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마다 너에게 소풍을 갔다 - 영국의 시골농장에서 보낸 천국 같은 날들
강은경 지음 / 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한때 워킹 홀리데이를 꿈 꾼 적이 있었다. 낯선 곳으로 가면 나를 좀 더 제대로 들여다보고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실행에 옮겨보지도 못했고 그렇게 하고 싶은 걸 상상만 하다 20대를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나의 20대를 되돌아보면 암흑의 시간 같다. 첫사랑과의 5년의 교재도 실패로 끝이 났고, 뭘 제대로 한 것도 없이 책 속으로 도피하다 20대를 보내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은 아직도 남아있다. 좀 더 젊을 때(지금도 젊다고 생각하지만나를 만나는 방법을 알고 실행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왜 지금 밀려드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영국의 시골농장에서 보낸 저자의 글을 보면서 부러움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낯가림도 심하고 용기가 없어서 낯선 곳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결코 쉽게 영국으로 간 저자가 아님에도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뭔가를 실행에 옮기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환경이 바뀌는 것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기에 저자의 행보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위치가 어정쩡해서 영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좀 더 뭔가를 찾고 싶어 공부를 하면서 시골농장에서 일을 하게 된 저자. 농촌에서 자란 나는 농사를 짓는다는 게, 혹은 농가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고되고 일이 많은지 익히 잘 알고 있다. 농사는 끝이 없고 일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주말이나 방학 때 농사일에 투입이 될 때면 지루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냥 게으름 피우며 놀고 싶어 힘든 부모님 앞에서 철딱서니 없게 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농장에서 일하게 된 저자를 보면서 나는 절대 저렇게 일할 수 없을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나 일은 고됐지만 영국의 도시에서보다 시골에서의 삶이 훨씬 더 저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농부의 삶에도 그리고 농사를 짓는 것에도, 빵 같은 필수불가결한 전제가 있다. 농부가 되고 싶다면, 노동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157)

  농장에서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노동을 피할 수도 없고 두려워할 틈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지레 겁먹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투성이가 되면서도 점점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농부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농사에 진정성을 부여하게 되면서 주변의 이웃이나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에 관심을 갖는 여유도 생겼고 피곤한 몸을 이끌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남겼다. 씨앗을 뿌려 수확을 하듯 저자는 영국의 농장에서 농부로써의 삶뿐만 아니라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의 자양분을 꾸준히 일굴 수 있었다.

  저자를 보면서 워킹 홀리데이를 꿈꾸고 좀 더 나은 나를 만들며 내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던 20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저자도 어쩌면 영국으로 건너간 게 나와 비슷한 이유였겠지만 영국 농장에서 몇 개의 계절을 보내면서 내가 참으로 세상의 끝과 같이 먼 이곳에서 찾으려 했던, 특별한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결국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았기 때문에(258)’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어쩜 나도 그걸 몰랐기에 그냥 낯선 곳으로 떠나고만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 까란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좀 더 잘 알기 위한 시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귀를 기울이면>이란 애니메이션에서 언니는 왜 대학에 갔냐는 동생의 질문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서 대학에 갔다는 대답처럼 가만히 앉아서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으로, 때로는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는 게 20대라고 생각했기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보낸 나의 20대에 미련을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직 나에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30대라고 해서 늦은 것도 아니며 내 마음의 문제이지 환경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현실에 안주해버리지 않는 것. 지금은 때가 아니더라도 내 마음 속에 무언가 하고 싶은 걸 잊지 않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내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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