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톡, 톡툰
샤이보이 (Shyboy)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40대가 되는 게 두렵지 않다고. 40대가 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것이고 그럼 좀 더 자유로워질 테니 40대가 너무 기다려진다고.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현재 내 나이도 징그럽지만 40대는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진다. 지인의 육아에 대한 고충을 듣고 나니 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나도 40대가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의 생활을 더 그리워하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보는 것보단 무언가 희망을 품고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훗날 나이 먹은 내 모습을 보면서 적어도 허무함을 들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당신과 나는 결코, 거저 이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다! 모든 고개에서 값을 톡톡히 치른 것이다. 그렇다. 나이란 그 사람이 힘겨운 삶의 고난들을 얼마나 많이 이겨내며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빛나는 훈장인 것이다. (145)

  그런 면에서 40대 아저씨(?)의 이런저런 속내를 담아 낸 이 웹툰에 내가 빠져들 줄은 몰랐다. 40대는 나에게 먼 이야기고 아줌마도 아니고 아저씨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도, 공감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만화가를 꿈꾸며, 치열한 직장에서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쩌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웹툰에는 감성이 있었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현재를 살아내는 모습과 좀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가 힘을 얻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지금 안아주어야 한다.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오래 전에 용서했다고 말해야 한다. 찾아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136)

  저자가 일상에서 뭔가 허황된 것을 꿈꾸고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지 않았다면 이런 글에서 멈칫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경험을 통해, 톡톡히 치른 연륜에서 삶에서 얻어냈다고 생각하니 그의 빛나는 훈장의 이면을 존중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들 옆에 오래 있어줄 수 있을까? 이들이 내 곁에 오래 머물러 줄까 하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 들 때마다 바로 표현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늘 뒤로 미루고 있다. 저 글을 보는 순간 남편에게,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혼자 되뇌었지만 얼굴을 보며 자주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순간을 모면해버리면 후회와 번민만이 남을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일상과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참 열심히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육아를 핑계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으며 이런 글을 보면서 뭔가 기록을 남겨 보고 싶으면서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또 다른 지인은 내게 일상이든 뭐든 꾸준히 남겨보라고 충고한다. 지금은 육아 때문에 정신도 없고 여유도 없겠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났을 때 허무하지 않게, 그런 글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글을 남겨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 마음을 덜어내고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웹툰을 보면서 나는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서 아쉽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함을 앎에도 실행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여전히 자투리 시간에 책 읽기 바쁘고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벅차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나, 좀 더 진솔한 나를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현실감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기대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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