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인생수업 -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동섭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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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불쾌한 사람일 거야.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그것을 갖지도 못할, 요컨대 최하 중의 최하급. 그래, 좋아.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한 사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의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겠어. (124쪽)

  빈센트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의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은 스스로 생각한 저 문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삶의 비극에서 탄생 된 그림은 감탄하게 만들지언정 그의 삶을 위로하기보다 그냥 불행했던 한 사람의 삶으로 치부해버리곤 했다. 간단히 말해 그의 그림과 삶을 밀접하게 접목시키기보다 그림의 탄생 배경만 조금 알려하고 그림 따로, 그의 삶 따로 놓고 보았다는 말이다. 빈센트가 살아 온 삶은 한 사람의 삶이라고 치부하기에 너무 우울했기 때문이었다.

  빈센트의 그림이 좋아서 블로그 이름에까지 그의 이름을 넣었음에도 그간 나는 제대로 그의 삶과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에 관련 된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워낙 책이 다양한지라 내 마음을 울리는 책을 만나는 일도 드물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꺼내들었음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건, 책이 다양한 만큼 책의 질도, 글쓴이의 열정의 다름을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빈센트의 삶을 등한시하던 나의 과오가 조금은 앎과 이해로 전환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먼저는 그에게서 인생을 배웠다는 저자의 접근 방식이 좋았고, 깊이 들여다보니 빈센트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목표를 가진 사람은 성실하지만, 꿈을 가진 이는 행복하다. 가난한 빈센트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에서 그는 처음에 던졌던 질문인 ‘무엇이 내게 행복을 막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 (134쪽)

  작년에 다른 저자의 고흐에 관한 책을 읽을 적이 있었다. 분명 명쾌한 분석과 사실을 근거하고 있음에도 뭔가 글에서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을 끝내 지워내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분석과 논리의 정연함이 눈에 확 띠지도 않았고 자신이 프랑스 유학 시절과 국내에서 직장을 다니고, 다시 돌아와 밥벌이를 해야 하는 여러 가지 고충과 일상의 파편들이 때론 생뚱맞게 나열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진솔함과 소박함 때문에 빈센트를 바라봤던 저자의 시선도, 그가 배웠다던 빈센트의 삶이 더 피부에 와 닿았다. 빈센트의 삶과 그림이 저자의 인생에 진득하게 녹아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딱 어울렸다.

  무엇보다 저자는 빈센트가 행복했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밝히고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한결같이 느끼듯이 그는 번듯하거나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다 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서툴렀을 뿐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더 불행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껴 열정을 불태웠다. 그리고 실연을 당할 때마다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는 그림으로 치유하고 온 마음을 쏟아 부었으며 그 결과물이 현재 우리가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옹고집이었으며 반드시 바로 해야 하는 저돌적인 성향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은 동생 테오였다. 십여 년 간 형의 이런저런 뒤치다꺼리를 해주었기에 그때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빈센트의 바람처럼 영혼을 위로하는 그림들이 탄생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굴곡진 인생을 굽이굽이 살펴보니 비극적이고 불행하다고 느꼈던 부분에서도 그가 얼마나 뚝심 있게 삶을 이끌어갔는지, 행복을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사실들을 새롭게 인지하자 그의 그림이 이전과는 또 다르게 보였다. 마치 붓 터치 하나하나에 사연이 뚝뚝 묻어나듯 빈센트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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