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어린이 정원 타샤 튜더 클래식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타샤 튜더 그림, 엄혜숙 옮김 / 윌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타샤 할머니 책은 출간되는 즉시 구입하곤 한다. 그렇게 구입한 책이 내 손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읽어내기 바쁜데, 이 책 역시 출간 즉시 구입했음에도 이상하게 집중이 되질 않아 오랫동안 묵혀 두었다. 타샤 할머니의 책 중에서 안 읽은 책이라곤 이 책뿐이라서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 있는 게 마음에 걸려 꺼내 읽었다. 시간이 지나면 잘 읽힐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글은 겉돌았고 타샤 할머니 그림만 눈에 들어왔다. 집중이 그렇게 썩 잘 된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끝까지 읽고 해설을 읽다 보니 맙소사! 그 동안 내가 이 책의 의도를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제목이『타샤의 어린이 정원』이었으니 이 책에 실린 익숙한 저자의 이름을 보면서도 오로지 타샤 할머니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타샤 할머니 그림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글을 덧입힌 거라 생각했기에 글이 집중이 되지 않았고 뭔가 자꾸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간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에는 글이 이 책처럼 많지 않았다. 그리고 짤막하더라도 그림이나 타샤 할머니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과 잘 맞아 떨어졌기에 타인의 글이라도 어색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렇게 철저히 타샤 할머니의 시선으로 이 책을 보았기 때문인지 저자의 시와 그림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은 따스하기도 하고 환상적이기도 하고 어릴 적 꿈 많은 아이의 모습을 잘 재현한다는 느낌이 충분했다. 그러나 저자의 시는 자꾸 나의 그런 집중을 방해했다.

  타샤 할머니가 저자의 시에 그림을 덧입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저자의 시가 그림에 억지로 꿰어 맞췄기에 이렇게 어색한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길게 쓰지 않아도 타샤 할머니의 의중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길고 지루할까란 의문만 가지고 있었다. 외국문학을 우리 언어로 옮기다보면 어색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특히 시는 그런 어려움을 더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 이해를 충분히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림에 시를 꿰어 맞추고 있다 여겼으니 제대로 읽힐 리가 없었다. 종종 이렇게 그린이와 글쓴이가 다른 경우에 그림과 글이 일맥상통하는 책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더 아쉬움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먼저는 이 책의 탄생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지에 있었고 타샤 할머니에 너무 집중 했으며 그린이와 글쓴이가 다르다 하더라도 각기 다른 예술로 지켜봐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 출간 된 타샤 할머니의 책 중에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딱 한 권뿐이라 더 기대치가 컸기에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큼지막한 책에 그려진 타샤 할머니의 그림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도, 그림도 우리의 정서와 다름을 많이 느꼈지만 타샤 할머니의 삶을 여러 권의 책으로 지켜봐서인지 나에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책 속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의 어린 시절이 저 그림과 같았더라면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재의 행복은 잘 알아차리기 힘들고, 지나 온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 미화시키기 바쁘기에 괜한 부러움을 쏟아냈는지는 몰라도 타샤 할머니의 그림은 나에게 늘 그런 행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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