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Friends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히스이 고타로 지음, 금정연 옮김, 단바 아키야 사진 / 안테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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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게 쉽지 않다. 친구를 사귀는데 성별도 국가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로 친구를 사귀어보면 나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전제하에 마음이 통해야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갈수록 얄팍해지는 인간관계에 진부함을 느끼지만 내 스스로 마음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을 주며 친구를 사귀라고 하면 과연 쉬울까? 아마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과 귀차니즘에 의해 금방 포기해 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북극곰과 허스키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였다.

  두세 살이 되면 엄마를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북극곰. 북극곰의 주식인 바다표범이 없는, 바다가 얼지 않은 계절에는 쫄쫄 굶어야 한단다. 그렇게 배를 곯고 늘 혼자인 북극곰에게 허스키의 존재는 무엇일까? 아마 오랜 굶주림을 끝내줄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허스키들에게도 당연히 북극곰의 존재는 그러할 테고 북극곰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극곰은 허스키에게 포식자의 모습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애교를 부리며 친구가 되길 원했다. 허스키도 잠시 당황하다 북극곰과 함께 어울리며 그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며 둘이 친구가 될 수 있나란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런 북극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허스키들.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치고 입을 맞추고 상대가 허스키란 사실을 잊은 채 대하는 북극곰. 사진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나와 전혀 다른 타인에게 북극곰과 허스키 같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고민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면 의심부터 할 것이고 나또한 이런저런 설명이 귀찮아 그냥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위치의 동물들이 이렇게 뒹굴고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의하고 있던 친구는 형식적이고 허울뿐인 모습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면서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나에겐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 내 인생이 즐거웠냐는 물음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전자든 후자든 모든 대답이 미적지근할 것이다. 나에게 일어났던 기적도, 즐거웠던 인생도 내 기억 속에 흐릿하게 각인될 뿐 내 삶의 영향을 미칠 만큼 또렷한 게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일들을 내가 잊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북극곰과 허스키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현재 저들이 더 행복한 거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도 저렇게 벽을 허물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있느냔 열등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의 모습, 그들 간의 오간 대화를 인간들이 추상할 수밖에 없지만 그 추상 속에서 싹 뜬 따뜻함과 깨달음은 결코 어색하지 않은 하나의 잔잔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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