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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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sns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짤막한 나의 생각을 올리고 즉각 반응해 오는 답글에 매력을 느껴 나의 소소한 일상부터 나누고 싶은 책의 구절까지 올리곤 했었다. 그러나 1분도 안되어 일렁이는 글 속으로 이내 파묻혀 버리는 나의 소소한 감정들에 진부함을 느꼈다. 잠시 한눈을 팔면 나 역시 지나치고 건너 뛰어 버리는 타인의 감정들. 때론 거대함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작은 세상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소모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접고 말았다. sns를 안 한지 2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내 감정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이 책을 읽으니 나 또한 sns 세계에 빠져 있던 때가 생각났다. 개인적인 이유로 sns를 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이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건 또 다른 매력이라는 걸 알고 있다. 꼭 답글을 남기지 않아도, 나에게 답장이 오지 않아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이들의 글. 지금껏 산문집을 출간한 적이 없기에 이 책이 가져다 준 의미는 저자의 팬들에게 좀 남다를 것 같다. sns에 올린 글들이 있고 인터넷에 연재를 하면서 남긴 느낌들, 그 외에 사소한 일상들, 그리고 저자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들은 부담이 없다. 오히려 옆집에 사는 누군가와 수다를 떨 듯 가볍게 만나고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글들이다. 그 지나침이 미안해지지 않는 건 나의 일상을 저자에게 들려줄 순 없지만 그의 일상을 자주 들여다보는 익숙한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익숙함 속에는 소소한 일들도 있지만 소설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진지함이 묵직하다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저자의 내면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본 느낌이다. 소설가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건 어느 정도 편견도 있고 틀에 박힌 어떤 형식을 떠올리기 마련인데(그게 뭘까?) 결국 소설도 일상과 얽혀있고 그 얽힘이 있기에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쓰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고통과 혼란과 변명과 독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나 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말도 그런 뜻일 테구요.(119쪽)

  인간 개개인의 내면에 담겨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일반인인 우리는 어떠한 창작물로 드러내지 못한다. 소설가는 그런 내면을 하나의 창작물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저자가 드러낸 생각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런 소설을 탄생시키는 인고의 시간들을 좀 더 존중해야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독자라는 이유만으로 늘 평가를 쉽게 하곤 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했다.

  부담 없이 읽다 보면 저자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어진다. 자신의 나이대로 살아간다는 건 어렵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저자는 발랄한 소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몇 어른 같은 소재를 잠시 제쳐둔다면 꿈 많은 말괄량이 소녀의 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런 감성을 키울 수 있기에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내가 더 애늙은이 같은 느낌도 받았다. 묵직한 글들에서 잠시 벗어나 책장을 휙휙 넘기며 편하게 읽다 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일렁이는 타인의 글들이 잠시 그리워지기도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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