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이승편 상.하 세트 - 전2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과 함께』저승편을 읽고 나서 다음편을 기다릴 정도로 팬이 되었지만 이승편을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우울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승편에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모습을 가혹하게 다뤘다. 재개발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있는 여덟 살 동현이의 삶은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회의 그늘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는 집을 나가고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를 굶기지 않기 위해 파지를 열심히 주워 보지만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동현이가 처한 환경만으로도 이렇게 우울하고 마주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당사자인 동현이는 해맑다. 아이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천성적인 밝음과 웃음이 상대방의 기분까지 좋게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도저히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씩씩한 동현이를 보고 있으면 어른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이란 곳이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그런 동현이에게 할아버지까지 데려가려는 저승사자. 정말 할아버지까지 바로 데려갔다면 힘겹게 읽어 나갔던 이 책을 바로 덮어 버렸을 것이다. 우울한 이야기를 극도로 싫어하기에 그 후환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가택신들이 막아주었지만 동현이를 위협하는 건 그 뿐만이 아니다. 개발되어질 집에서 나가야 하는 것, 학교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과 자신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재개발을 둘러싼 일들을 보면서 용산참사가 떠올랐다. 과연 우리에게 인권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건. 사회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모두가 잘 살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극과 슬픔을 겪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기쁜 일도 환희도 많지만 왜 그렇게 비극은 자주 일어나고 가슴을 헤집어 놓는지. 세월호 참사만 봐도 우리가 현재 당면해 있는 이 사회라는 곳의 비극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어딘가에 돕는 손길이 분명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집을 지키는 신들이 규율까지 어겨가며 집주인까지 지키는 일을 감행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그로 인해 현실은 더 우울하게 흘러간다. 동현이는 어떻게 될지, 여덟 살 난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밖에 할 것이 없어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답답한 건 만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아이와 이런 환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가, 그런 사람들을 향해 먼저 손 내밀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에게 인간의 온정을 전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 시리즈는 책장에서 종종 꺼내서 보는데 이승편은 쉽게 펼쳐지지 않는다. 그만큼 나의 마음을 심하게 어지럽혔던 책이고 지금도 현실은 달라진 게 크게 없는 것 같아 회피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현실의 아픔까지 반영하는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이 마음 아픈 이 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너무나 버겁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데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난 도저히 그네들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하겠다. 그저 미안하다고 고개만 떨구고 한숨만 쉴 뿐, 나의 어쭙잖은 위로가 오히려 사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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