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긴 켰는데 막상 무언가 하려고 보니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바로 옆에 보이는 책장을 보니 책들이 넘쳐서 책장 앞까지 점령해서 지저분하다. 지금 보이는 책들은 다 안 읽은 책들이다. 안 읽은 책들이 이 책장 두 칸이면 좋겠지만 컴퓨터 방에 있는 책장 3개와 거실에 있는 4개의 책장에 책들이 모두 안 읽은 책들이다. 아마 천 권이 넘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도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책장에 들이지 못해서 안달하니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책들을 꾸역꾸역 들일 때마다 과연 내가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언젠간 다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내 책장의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수 있을지 그런 의문은 종종 생긴다. 평상시에는 무덤덤하다가 이렇게 가끔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도 이 책들 때문에 집이 좁아지고 변변찮은 가구도 없지만 꼭 필요한 냉장고와 살림도구들이 애물단지로 변하는 걸 경험했다. 책장이 없다면 소파도 들일 수 있고 집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내 책들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다. 거실과 컴퓨터 방에 꽉꽉 찬 책들 때문에 먼지도 많이 쌓이고 정리도 안 되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 책들을 모아오고 읽어 온 시간들이 소중해 도저히 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름대로 2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하면서 몇 백 권의 책을 뺐다. 그런데도 책장은 이렇게 티가 나질 않는다. 너무 내 욕심껏 책을 모으는 것 같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임에도 여전히 내겐 책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들을 줄이는 방법은 읽고 빼는 수밖에 없다. 소장하지 않아도 될 책들을 빼고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 그게 최선의 방법임을 알면서도 읽는 속도가 더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독서가 내 맘처럼 된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책 한 권을 들일 때 그 책을 읽을 시간까지 들인 것임을 알기에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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