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잠깐 하다 끄고 나오면서 서가에서 왜 이 책을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에 이끌리듯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박민규 작가의 글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 말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국가, 그 모든 걸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지 않은 남겨진 국민이라는 사실 때문에 저 문장은 잔인하도록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세월호는 잊혀져 간다. 그렇게 온 나라를 무기력하게 만든 사건이었음에도, 아직 세월호 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세월호 사건은 잊혀져 간다.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나도 이러할진대 유가족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모든 책임을 어느 누구도 지지하려 않고 아래로만 내려보내는 책임전가가 씁쓸하기만 하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다 읽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감에 휩싸이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전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 밤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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